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중개인을 보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와있었다.
단지 앞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했다. 갑자기 숨이 콱 막혔다.
마침 날이 흐려서였을까? 단지 내에 들어갔는데 마음이 계속 우중충했다. 넓은 주차장은 차로 빼곡했다.
주차된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중개인과 보기로 한 아파트를 미리 살짝 둘러보기로 했다.
건물의 페인트가 벗겨진 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직 내부를 보지도 않았는데 이 단지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이런 곳이 이 가격이라니!
아무리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현재의 재정상태로는 가기 힘든 곳이었다.
초보 부린이는 놀란 가슴을 움켜잡았다.
저 멀리 동생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누나, 오늘 보기로 약속한 집이 이게 다야?" 동생이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응.."
"한 번에 볼 때 여러 곳을 잡아놔야 시간을 아끼지, 다음에는 미리 여러 군데 연락을 해놓는 게 좋아"
이윽고 중개인 아주머니께서 도착했고 동생과 중개인 뒤를 쫄래쫄래 따라 집을 보러 올라갔다.
첫 번째 집은 고층이었다. 누가 보러 온다니까 허둥지둥 치운 흔적이 역력했다. 집 상태는 너무 낡아있었다.
두 번째 집은 원래부터 정리정돈이 몸에 밴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화장실과 부엌도 깔끔했고 인테리어는 첫 번째 집보다는 나았다.
방안 상태와 인테리어를 보는 나와 달리 동생은 자꾸 베란다로 가서 바깥 뷰를 확인했다. 여기가 남향인가요, 남동향인가요 같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집을 고를 때 내부 상태보다 건물의 위치, 즉 바깥 뷰가 막히지 않았는지, 어떤 향인지가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 집을 더 보러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내부 인테리어야 뜯어서 고치면 되지만 건물 자체 위치는 바꿀 수 없으니까.
낡고 허름했던 첫 번째 집은 고층이라서 깔끔했던 두 번째 집보다 가격이 훨씬 높았다.
그래도 이 아파트는 내가 가기에는 무리였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불가능했다.
그리고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곳의 집값이 오른다 할지라도 왠지 우중충한 그곳에 가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첫 집을 보고 난 이후, 인테리어보다는 집이 고층인지 저층인지, 베란다 밖 뷰는 어떤지, 남향이 없으면 남동향은 없는지를 제일 찾고 보게 되었다.
발로 직접 뛰며 그렇게 "임장"을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