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매일 달력을 보며 12월 31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빨리 퇴근할 수 있는 이 날을.
환한 대낮에 사무실 밖으로 나오니 마음이 날아갈 것 같았다.
주말 외에 하루를 더 번 기분이었다.
항상 사람으로 가득 찼던 지하철에 빈자리가 보여서 바로 앉았다. 얼마쯤 갔을까, 쌩쌩 달리는 지하철 안으로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반사된 햇빛은 지하철 바닥을 비추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이 광경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한낮에 퇴근을 한 것도 너무 좋았고,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지하철을 탈 수 있어서도 너무 신이 났는데
이런 순간과 마주하게 될 줄이야.
나도 모르게 온몸에 긴장이 풀리고 말았다.
지하철 바닥을, 햇살을 물끄러미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 엔도르핀이 마구 솟구쳤다.
바깥 날씨가 추워서 이 햇살이 반가웠던 건 아니었다.
환한 대낮에 회사 건물 밖으로 나올 때부터 이미 마음은 들떠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리쬐는 햇살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평소에는 사무실 건물 안에 있기 때문에, 이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일이 거의 없기에.
마음이 뻥 뚫리며 그 어느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라는 것밖에.
2021년 12월의 마지막 날, 잊지 못할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