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주는 안도감

by 마리

재택근무를 2주 동안 하게 되었다.


회사 직원의 자녀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고 다행히 직원은 음성이었다.


다른 사람의 일처럼 느껴지던 코로나가 내 옆에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좀 섬뜩했다. 나도 모르게 턱까지 내렸던 마스크를 다시 올리고, 코부분을 꽉 잡아 조였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싫어서 며칠은 카페로 출근했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일하는 게 좋았지만 밖에서 점심을 사 먹어야 하는 게 번거로웠다.







이사를 온 동네에는 식당들이 수두룩했다.


네이버 지도를 켜고 뭘 먹을까,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써브웨이에서 건강해 보이는 스테이크 치즈 아보카도 랩을 연달아 두어 번 먹었다. 양이 꽤 많아서 저녁이 될 때까지 배가 든든했다. 하지만 계속 먹다보니 속이 거북했다.


느끼한 배를 달래기 위해 순두부찌개를 사 먹었지만 간이 너무 짰다. 다시 느끼한 게 당겨서 평이 좋은 수제 햄버거집을 찾았다. 먹을 때는 맛있었는데 다 먹고 나니 역시 속이 불편했다.



밖에서 끼니를 계속 해결하다 보니 집밥이 그리웠다.









고칠 거 하나 없이 내 물건만 들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집은 마스크를 벗자 쾌쾌한 냄새가 났다. 입주 전, 청소업체를 통해 청소를 했는데도 냄새는 그대로였다.


엄마랑 한참 동안 그 냄새를 추적했다.


결국 그 냄새는 벽지에서 나는 담배냄새라고 결론을 지었다. 집을 보러 갔을 때에는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전혀 몰랐다.


"이사 후 집 냄새 없애는 법" "벽에서 나는 냄새 제거하기" 등 검색을 통해 냄새 없애는데 좋다는 편백 스프레이도 열심히 뿌려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도배를 하기로 했다.


벽지만 바꿔도 괜찮지 않을까.


도배를 알아보다가 "인테리어 필름" 세상을 알게 되었다. 필름지로 싱크대 상하부, 문 등의 색깔을 바꾸는 건데 우중충했던 집이 깔끔한 화이트로 바뀐 사진들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회색 싱크대와 나무문을 다 화이트로 바꾸기로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구축으로 사서 인테리어를 싹 하는 건데, 라고 말하는 엄마의 말이 계속 신경 쓰였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계획에 없던 인테리어 필름과 도배업체를 알아보며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 검색을 하고 또 했다.


견적을 뽑기 위해 업체가 집을 방문할 때, 괜히 혼자 긴장이 되었다. 업체를 상대하는것도 은근 스트레스였다. 내가 생각했던 금액보다 초과가 되는 건 아닌지, 견적을 제대로 받은 건지 그런 것들이 계속 신경 쓰였다.


그렇게 공사가 시작되었고 한동안 집에 계속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렸다.






화이트로 변신할 집을 기다리며,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설레면서도 초조했다. 아무 문제없이 빨리 끝나서 이제 정말 내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기다림에 지쳐가기도 했다.


급기야 입술 한쪽이 부르트기까지 했다.


아마 전체 인테리어 공사를 했으면 이것보다 더 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까. 세면대 수도꼭지를 어떤 걸로 할지 고민을 안 한 것만 해도 천만다행인듯싶다.








다행히 집을 깔끔하게 재탄생했다. 화이트 도배와 필름지를 한 건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달라진 집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제는 마음 놓고 있어도 되는데 이상하게도 집에 있기가 싫었다. 밥을 혼자 차려먹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결국 노트북을 싸들고 부모님 댁으로 갔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하게 아침식사를 차렸다.


가족과 오랜만에 함께하는 아침시간이 평소와는 다르게 다가왔다. 다 같이 맛있는 걸 먹으며 티브이를 보는 시간도 참 좋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 두고 온 집이 계속 생각났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것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보일러 온도를 외출로 해두지 않고 온 게 갑자기 생각나서 부랴 부랴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데 깔끔한 화이트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왔다. 작게만 느껴졌던 거실 겸 큰방이 웬일로 널찍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 내 집에 돌아왔구나.



부모님 집에서 가져온 반찬들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해 넣은 후, 따뜻한 차를 한잔 타서 탁자에 앉았다.


그동안 집 때문에 지쳐있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 집을 머무르고 싶은 아늑한 분위기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조용히 솟구쳤다.


그리고 새 공간에서 오랜만에 글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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