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문 밖으로 해가 뜨는 집

by 마리

그동안 부모님과 살던 집은 1층이었고 북향이었다.


제일 먼저 새벽에 일어나서인지 동이 틀 때쯤 커튼을 걷는 건 내 담당이었다.


깜깜했던 하늘은 아주 서서히 밝아갔다. 집안은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침을 먹으려고 빵을 굽고 커피를 타고 밖을 보면 어느새 하늘은 연한 회색 빛깔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배달되어 온 신문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어느새 아침이었다.


바깥 풍경이 그제야 보였다.








12층인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아직까지 침대가 없어서 전에 살던 곳에서 가져온 소파 침대에서 웅크리고 자다가 눈을 떴다.


베란다 밖 앞을 가로막고 있는 아파트 뒤로 불그스름한 빛이 보였다.


뭐지?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고 자세히 보았다.


해가 뜨고 있었다.


해 뜨는 건 강릉이나 일출 명소 같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사는 곳에서도 볼 수 있다니.


몇 분 후 해는 어느새 하늘 위에 동그랗게 붉게 떠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 때문일까, 기분이 묘했다.









원룸을 알아보러 다닐 때였다.


깔끔하고 숨 막히지 않을 정도의 공간에 살고 싶었는데 천만다행으로 살고 싶은 곳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집의 벽의 한쪽면은 유리창이었다.


커튼을 달려고 못을 박지 않고 셀프로 달 수 있는 브래킷을 샀는데 막상 설치를 하려고 보니 이 집의 창문 구조에는 맞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유리창에 하얀색 천을 스카치테이프로 대충 붙였다.


그래도 밖에서 안이 보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


당장 커튼을 달수도 없고 그래서 생각난 게 샤워 커튼이었다. 당장 다이소로 달려갔다. 다행히 창문에 달 수 있는 정도의 길이의 봉이 있었고 망설임 없이 구매를 했다.


샤워 커튼을 단 봉을 낑낑대며 창문에 끼웠다.


그럴싸하게 창문이 가려졌다.


혹시나 저 봉이 불시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샤워 커튼은 24시간 내내 안전하게 창문을 가리고 있어 주었다.


다만 언제 해가 뜨고 지는지는 전혀 모른 채 그렇게 지냈다.








이사를 온 이후,


아직은 커튼도 치지 않은 밋밋한 창문 밖으로,

비록 건물 뒤로 빼꼼히 뜨는 해지만

새벽만 되면 베란다 창문으로 저절로 눈길이 간다.


그리고 문득,

이 공간을 이쁘게 꾸며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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