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쪽에 있는 작은방은 이사를 올 때부터 왠지 들어가기가 싫었다.
환한 거실에 비해 어둡고 칙칙했다. 방이 복도와 맞닿아 있고 복도 쪽에 창문이 있다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사를 온 이후, 계속 거실에서만 생활했다. 소파베드에 웅크리고 자더라도 썰렁한 작은방에서는 절대로 자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방은 들어가기만 해도 코끝에 찬바람이 쌩쌩 느껴졌다.
나처럼 복도식 아파트의 거실 하나, 방하나에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집을 꾸미고 살고 있는 걸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졌다. 대부분 거실 겸 큰방에는 침대와 소파를 두고 작은방은 옷방으로 쓰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게 분명했다.
거실에 붙박이장이 있어서 가구 살 고민을 안 해도 돼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붙박이장 때문에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난감했다.
계속 소파베드에서 자다 보니 허리도 아파왔다.
침대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침대 프레임을 주문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침대 헤드가 없는 철제 프레임, 슈퍼싱글 사이즈였다. 십만 원대 철제 프레임은 의외로 조립하기가 쉬웠고 튼튼했다. 둘 데가 없어서 일단 작은방에 두고 잠은 계속 거실에서 잤다.
횅한 작은방에는 철제 프레임만 덩그러니 놓여있게 되었다. 밖에 나갈 때마다 현관 옆에 있는 작은방이 계속 신경 쓰였다.
저 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재택근무였는데 혼자 밥해먹기가 싫어서 부모님 댁으로 갔다. 내가 쓰던 방에서 자려고 누웠는데 썰렁한 공기가 확 느껴졌다. 이불을 코끝까지 덮고 방금 튼 보일러가 빨리 따뜻해지길 기다렸다. 전기장판은 미리 틀어놔서 등은 따끈따끈했다.
원래 춥던 방이라서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두고 온 작은방이 떠올랐다.
그 방은 이 정도로 춥지는 않았는데.
암막커튼을 달기로 했다.
어떻게 해서든 작은방을 들어가고 싶은 방으로 바꾸고 싶었다.
두꺼운 커튼을 달고나니 창문이 가려졌고 방안 분위기가 훨씬 아늑하게 느껴졌다. 마침 날씨가 따뜻해져서인지 찬바람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사려고 했던 것보다 조금 더 비싸 망설였는데 처음부터 갖고 싶었던 매트리스도 샀다. 엄마가 원룸에서 쓰라고 사준 새 이불 커버가 있는 줄도 몰랐다. 쓰던 이불에 새 커버를 씌우니 왠지 새로웠다.
벽 한쪽에는 큰 갓 모양으로 된 키가 큰 조명을 두었다.
똑딱, 저녁에 조명을 켜니 은은한 주황색 빛이 방 한 구석에 퍼졌다. 새로 산 매트리스 위에 올라가 이불을 덮고 누워 불빛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방 같은 방으로 변신했다.
설레고 뿌듯했다.
그렇게 나의 작은방은 새롭게 단장을 했다.
이불 커버만 하얀색으로 바꾸면 호텔방 느낌이 나지 않을까?
지금 머릿속은 온통 화이트 이불 커버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