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마련을 통해 알게 된 것

by 마리

며칠 전, 매수한 아파트 잔금을 다 치르고 등기부 등본을 받아 보았다.


아파트 소유주란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네이버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서 시세를 확인했다. 집을 매수했던 작년 10월 말에 비해 집값에 미세한 하락이 있었다.


내가 너무 급하게 집을 산건 아닐까.


잔금을 치르는 날, 소유권 등기이전과 근저당 설정을 위해 추가로 상당한 금액이 필요했다. 정말 통장에서 돈이 훅훅 빠져나갔다.





대출금은 은행에서 집주인 계좌로 바로 이체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잔액은 내 통장에서 바로 빠져나갔다.


왠지 집주인이 제일 비쌀 때 팔고 나가는 것 같아 배가 아팠다. 도대체 이분은 앉아서 얼마를 벌고 가시는 거지? 계좌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이체 확인 버튼을 클릭하면서 순간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분이 입주했을 당시 5년 전만 해도 집값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딱 1년 전만 해도 이 정도로 오르지는 않았는데.


드디어 내 집을 소유한다는 기쁨보다는 옆에 앉아계시는 집주인이 얼마를 벌었을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앞으로 혹시라도 대출금을 못 갚게 되면 어떡하지? 회사를 다시 나가게 된다면? 여러 걱정과 추측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도대체 그동안 나는 뭘 하고 있었지?







고시원 생활의 시작


몇 년 전, 이직을 한 회사가 집에서 너무 멀어서 회사 근처 고시원에서 살았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가 있었는데 입사 후 3개월이 지나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3개월 동안 고시원에서 살기로 했다. 고시원을 알아보며 창문도 없는 작은 방들을 둘러보며 기겁을 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방과 실제로 본 방의 모습은 너무 달랐다. 어떤 방은 담배냄새로 찌들어 있었고 또 어떤 방은 아예 들어가 보기도 싫을 정도였다.


여러 고시원을 둘러보다 다행히 상대적으로 깨끗한 한 곳을 발견했고 창문이 있는 방을 계약했다.


매일 새벽, 창문 밖으로 지하철 소리가 들리면 눈을 떴다. 가방을 챙겨 출근을 했다가 깜깜한 밤에 들어오면 잠만 잤다.



뿌리칠 수 없었던 기숙사 혜택


3개월 후, 드디어 회사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기숙사는 회사 근처에 있는 어느 아파트의 한 집이었다. 그 집에 방이 3개여서 딱 여직원 3명만 들어갈 수 있었다. 마침 방 한 개가 비어서 내가 들어갈 수 있었다. 기숙사비는 얼마일까, 알아보니 한 달에 한번 나오는 관리비를 3명이 나눠 내기만 하면 되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당시의 회사생활은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퇴사를 하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거의 공짜에 가까운 이 특혜를 놓칠 수 없었다.


돈을 모아야 했다.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할 때 매일 적어도 4시간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을 길에서 버렸는데 기숙사에서는 걸어서 30분이면 회사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회사와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게 이렇게 편리할 줄 몰랐다.








1년 동안 회사 기숙사에 살며 출퇴근을 하는 동안 월세, 교통비를 아낄 수 있었다. 물론 매일 아침 가슴을 졸이며 하는 출근길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참고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다시 취업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고 백수로 돌아가는 것 또한 싫었다.


하지만 매일이 암울했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당시 나는 왜 내가 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일 할 곳이 왜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단정 지었을까.


시간이 흘러 지금 그때를 돌아보니 스스로 얼마나 한계를 지어놓고 있었는지가 보였다. 회사 밖 세상에 대해 생각할 여력이 없었고 무조건 버티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만약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1. 그런 분위기의 회사를 버티며 다니는 대신 최대한 빨리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을 것이다.


이미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기에 방세 혜택을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물론 덕분에 돈을 모을 수는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2. 회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좀 더 관심을 두었을 것이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문을 통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알아가고 배워나갔을 것이다. 회사생활에만 매몰되어 매일을 암울하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돈 공부를 했더라면? 다른 취미생활을 하면서 내 생활에 조금은 활력이 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하지만 당시에는 전혀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내가 한 선택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앞으로 내가 해야 하는 선택에 좀 더 신중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황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버티는 게 답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세상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그때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회사생활에만 목을 매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회사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심을 가지며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대출로 집을 마련하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또 어떤 수많은 선택들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후회를 하게 될까?


하지만 적어도 내가 편안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지내며 그런 생활을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몇 주 후면 드디어 내 집으로 이사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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