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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r 16. 2022

다른 길은 언제나 열려있다  

재택근무가 다시 2주 연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일하는 게 설레었다. 출근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에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루 종일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에, 혼자 있는 게 답답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자발적으로 출근을 했다.


그러다가 다시 부모님 댁으로 갔다. 집에 있으면 집중을 잘 못해서 아침마다 근처 스타벅스로 출근을 했다. 근무 시작은 오전 9시에서 10시지만 내가 가는 스타벅스는 오전 8시에 문을 열기에, 아침에 눈뜨자마자 그곳으로 갔다.






아침 일찍이라서 카페는 텅텅 비어 있었다. 아메리카노 숏 사이즈를 한잔 시킨 후 가져온 책을 읽거나 일기를 썼다. 오전은 정신이 제일 쌩쌩하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라서 뭔가를 하면 참 뿌듯하다.


그렇게 며칠 스타벅스로 잘 출근을 했는데 인터넷이 자꾸 끊기기 시작했다. 일을 하는데 페이지에 오류가 계속 떴다.



스타벅스 앱을 통해 인터넷이 자꾸 오류가 난다고 메시지를 남기자 몇 분 후, 직원이 인터넷 재부팅을 했다고 답변을 남겨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계속 먹통이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자리로 옮겨보았지만 연결은 잘 안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안 되는 거지? 직원에게 직접 말을 해볼까, 하다가 그냥 노트북을 들고 다시 집으로 왔다.


아침에 일찍 가서 일하기 좋았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다음 날, 집에서 가까운 다른 카페로 갔다.


그 카페는 공간이 엄청 넓어서 배치된 테이블들도 크고 묵직했다.


여기로 올 생각을 왜 못했을까.


역시나 내가 첫 손님이었다. 이 넓은 공간에 내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카페를 한 바퀴 크게 돌다가 창문 옆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다행히 노트북을 선을 연결할 수도 있는 컨센트도 보였다.


의자에 앉으니 테이블 높이가 적당했다. 아니, 스타벅스 테이블보다 훨씬 좋았다. 실내가 어두운 조명인데 창문이 옆에 있어서 고개를 돌리니 바깥을 내다볼 수도 있었다. 조용한 음악도 딱 내 취향이었다.


집중을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스타벅스에서 인터넷 연결이 계속 잘 되었다면 이곳에 올 생각을 못했을 텐데.


어느 카페를 다시 찾아 나서야 하나 고민했는데 좋은 곳을 발견할 줄이야.



그리고 문득 든 생각.


지금 잠시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또 다른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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