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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r 24. 2022

오미크론에 걸리고 싶지 않다


생강과 레몬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날씨가 다시 추워져서 장갑을 다시 꼈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서 괜히 나왔나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걷고 싶었다. 







계속되는 재택근무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동안 카페에 가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최근 편도선이 부어서 몸상태가 안 좋아졌고, 카페에 가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혹시 오미크론에 걸린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자가진단 키트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이비인후과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항생제가 들어간 약을 며칠 먹다 보니 몸이 너무 힘들었다. 





평소 하루라도 밖에 안 나가면 쉽게 무기력해지는데 이번에는 밖에 나갈 힘도 없었다. 삼시 세 끼를 차려먹을 기운이 없어서 이사를 온 후 처음으로 배달음식을 시켜보았다. 


제일 좋아하는 굽네치킨 고추 바사삭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다. 다행히 몇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더니 며칠 사이에 체중이 늘고 얼굴도 빵빵해져 버렸다.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게 고역이었다. 



처방받은 약이 다 끝나갈 즈음 다행히 몸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기침으로 고생을 심하게 한 적 있었고, 침을 삼킬 때마다 쓰라린 고통을 느낀 적이 있어서 비슷한 증상이 있다는 오미크론은 절대로 걸리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른 점심을 챙겨 먹고 에코백 하나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공기를 쐬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찬 공기 사이에 느껴지는 오후 햇살도 반가웠다. 무엇보다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면역력에 좋다는 생강과 비타민씨가 풍부한 레몬을 샀다. 레몬은 꽤 비싸서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여러 가게를 돌고 돌다 5개에 3,000 원하는 가게를 찾고 말았다. 왠지 득템 한 기분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생강을 깨끗하게 씻었다. 껍질을 칼로 벗기고 물에 넣고 푹 끓였다. 프랑스 여행할 때 사놓고 계속 방치 중이기만 했던 레몬즙 짜는 컵도 오랜만에 꺼내보았다. 반으로 자른 레몬을 손에 힘을 주고 꾹 눌렀다. 레몬즙이 주르륵 밑으로 흘렀다. 레몬즙에 따뜻하게 데워진 생강물을 따랐다. 


호로록, 한 모금 마시니 따끔거리는 목이 느껴졌다. 


계속 마시니 따뜻한 기운 덕분에 온몸이 천천히 이완되었다. 


곧 봄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건강한 몸으로 멀리 봄나들이라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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