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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ug 03. 2022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내린 어떤 결정

" ooo 님, 1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복도에 길게 세워져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 지 몇 분 후였다. 앞에 걸려있던 티브이 화면에 갑자기 내 이름이 떴다. 이윽고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1번 진료실을 찾아 문을 열자 의사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 ooo 님, 코로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빨간 두줄이 선명하게 보이는 코로나 키트가 놓여 있었다. 


증세가 안 좋아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해서여서인지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약을 처방받고 바로 집으로 왔다. 









얼마 전부터 골프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이어트도 시작했다. 좋아하는 빵과 과자를 거의 두 달 동안 끊어가며 매일 달걀, 아몬드, 사과로 점심을 대신했다. 퇴근 후에는 매일 골프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레슨이 끝나면 방금 배운 동작을 금방 까먹기 일쑤였고 내 맘이 원하는 대로 동작이 안 나와서 답답하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치는데 왜 내 몸만 뻣뻣한지. 안 되겠다 싶어서 연습이라도 열심히 하자 싶은 마음에 거의 두 달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연습장으로 갔다. 연습을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처음에는 하루 한 시간씩 하는 연습이 끝나면 손가락 마디가 아프고 온몸이 욱신욱신 거리고 피곤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 몸이 다행히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연습을 다녀오니 너무 뿌듯하고 좋다" 


너무 피곤해서 온몸이 땅으로 꺼질 것 같았는데도 매일 연습장으로 갔다. 퇴근 후의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었고 연습장을 다녀오면 꿀잠을 잤다.  그렇게 운동과 식단을 조절하다 보니 2킬로를 뺄 수 있었다. 안 빠질 것 같기만 하던 살이 빠지기 시작하자 욕심이 나서 힘들고 지쳐도 계속 연습장에 갔다. 



원래 조금만 피곤하면 쉬어줘야 하는 타입인데 이번만큼은 계속 달리게 되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서였는지 편도선이 부은 것처럼 아파서 결국 병원에 갔다. 그런데 담당의사가 목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게 아닌가. 내 몸은 힘든데 의사가 괜찮다고 해서 내가 오버한 줄로 착각했다. 골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건가, 온갖 추측을 해보았다. 



그런데 그 병원을 다녀온 지 이틀 후, 이번에는 몸이 정상이 아닌 게 너무 느껴져서 다른 병원에 갔다. 거기서 결국 목이 많이 부었다며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아, 마지막에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 일수도 있습니다,라고 한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원래 편도선이 잘 부어서 설마 코로나는 아니겠지,라고 넘겼다. 



그런데 그날 저녁, 침대에 누웠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목이 심하게 아팠다. 침을 삼킬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있었다. 아, 이거 코로나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았고 결국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첫날은 목만 아팠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 침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컸다. 침을 한번 삼키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만큼 고통이 컸다. 열이 있어서 몸이 추웠고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받아온 약을 복용하며 먹고 자고, 먹고 자기를 반복했다. 원래 편도선이 잘 부어서 중간에 항생제를 추가로 처방받았다. 처음에는 7일이라는 자가격리를 어떻게 견디나, 싶었는데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7일 동안의 자가격리가 끝난 후, 자가검사 키트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놀랍게도 두줄이 떴다. 검색을 해보니 자가격리가 끝나도 며칠 동안 양성이 뜬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나도 양성이 뜨는 경우가 있다고도 한다. 바이러스 전파력은 없지만 잔여물이 아직 몸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로나에 걸린 지 이틀째였나, 밤에 자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너무 안 좋았다. 침대에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문득 아, 지금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나이가 된 거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0세시대니까 내가 90살이라고 치자. 그때의 나는 무엇을 가장 그리워하고 후회할까.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이쁘게 봐주지 않는 나의 모습"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지내는 내 모습이 제일 안타깝게 느껴졌다. 90세가 되어 지금의 나를 본다면 지금의 젊음이 얼마나 부러울까. 이젠 뭘 해도 늦었어, 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인데 아직도 시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우연히 작년 이맘때쯤 쓴 일기를 보게 되었다. 매일 똑같은 옷만 입고 출퇴근을 반복한다는 기록이 있었다. 나 자신을 꾸미는 게 사치이고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백화점 앞을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발견했다. 며칠 고민하다가 매장으로 달려가서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샀고 날씨가 더워서인지 바지보다 원피스가 시원해서 지정 말 잘 입고 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바지만 입다가 원피스를 입으니 기분이 참 새로웠다. 




어두운 밤에 땀을 흘리며 이리저리 뒤척이며 온갖 생각에 허덕였다. 


그리고, 더 시간이 가기 전에 나 자신을 좀 더 가꾸고 스스로에게 이뻐 보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고, 더 많이 웃으며 가보지 않은 많은곳들을 더 경험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한번 심하게 앓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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