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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ug 22. 2022

아직은 8월


"엉덩이 주사 한 대 놔주실 수 있나요?"


나의 요청에 의사가 몇 초 고민하더니 알겠다고 했다. 이 주사를 지난주에 맞았어야 했는데

오늘 회사 근처 병원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오랜만에 기운을 차리고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새롭게 단장한 광장은 어떤 모습일까, 너무 궁금했다.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광화문 광장을 자주 찾았다. 덕수궁 돌담길, 시청, 청계천 주위를 걷고 또 걷다 보면 복잡한 마음이 깨끗이 해소가 되었다.


매번 가던 그곳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몸이 골골해지면서 멀리까지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몸이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주말 아침,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양산을 쓰고 쏟아지는 햇살을 어떻게든 막아가며 천천히 그곳을 구경했다.







한쪽으로 공원처럼 펼쳐진 넓은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끝에서 끝까지 걸으며 뭐가 바뀌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나무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금 심어놓은 나무가 시간이 지나면 무성해지길 바랄 뿐.







코로나 확진 후 한 달째, 이제는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외출을 시도했는데 오후에 집으로 돌아올 때 피로감이 몸을 덮쳤다. 괜찮았던 목도 다시 따끔거렸다.


몸에 미열이 느껴져 새벽에 눈을 떴다.  확진 기간에 목만 아프고 열은 안 났었는데 뜨거운 몸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출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감는 게 귀찮아서 안 감고 갈까, 일어나기 전 수십 번 고민하다 거울을 보니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얼른 샤워기를 틀고 머리에 물을 적셨다. 거품을 내서 손가락을 마사지하면서 머리를 열심히 감았다.


씻고 나니 역시 머리를 감기 잘한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개운했다.






점심때 병원에 다녀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더니 컨디션이 괜찮아졌다.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내려가서 아몬드 우유 작은 사이즈 한팩과 양갱을 한 개 사서 잘 안 가는 야외테이블에 잠시 앉았다.


다 먹은 양갱 봉지가 바람에 실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게 왠지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설마 벌써 가을이 온건가?







그런데 저 멀리 매미가 맴~맴~하면서 울어댄다.


아, 아직 여름이지.


달력을 보니 8월이 끝나려면 2주 정도가 남아있다. 빨리 달력을 9월로 넘겨버리고 싶지만 요즘 날씨를 봐서는 9월까지 이 더위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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