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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Sep 19. 2022

방콕 여행을 갑니다.

"이 예약은 환불 불가입니다. 예약을 진행하시겠습니까?" 


호텔 예약사이트에서 메시지가 떴다.  


망설임 없이 확인 버튼을 꾹 눌렀다.  




고객님의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바로 떴다.


휴,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코로나에 걸린 8월 한 달은 그야말로 통째로 날린 날들이었다.  자가격리가 끝난 후, 몸은 여전히 피곤했고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기운이 없던 적은 처음이었다. 보통 코로나가 감기처럼 지나가거나 일주일 정도 앓고 나면 회복이 바로 된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 후유증은 한 달 이상 지속되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롱 코비드 후유증, 즉 한 달 이상 아니면 1년 이상 후유증이 간다고 한다는 글을 읽으니 마음이 심란했다. 


종종 지하철, 버스를 타고 뚜벅이 여행을 잘 가곤 했는데 체력이 달려서 갈 수 없게 되자 두발로 마음껏 활보하던 예전의 일상이 너무 그리웠다. 



그래, 여행도 건강할 때, 체력이 될 때 갈 수 있는 거구나. 젊을 때 많이 돌아다니고 경험하라는, 책에서 읽은 누군가의 조언, 충고가 이렇게 절실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서 뒹굴거리던 어느 날, 문득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에 걸린 지 한 달이 조금 지나자 체력은 조금씩 회복이 되었다. 



이 시국에 여행을 하면 큰일 날 거야,라고 아예 여행 생각을 접은 게 엊그제인 것 같은데 무조건 떠나야겠다는 충동이 일었다. 







노트북을 열고 바로 항공권을 검색했다. 



주말을 낀 일주일 휴가를 쓰면 유럽은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프랑스와 북유럽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비행기표 가격이 예전보다 무려 2~3배는 높아져 있었다. 


이 돈을 주고 여행을 가는 게 맞을까...?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표는 터무니없이 비쌌다. 


아, 안 되겠다. 






그렇다고 여행 가는 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태국이 떠올랐다. 동남아는 여행으로는 베트남을 두 번 다녀온 게 다인데 언젠가부터 태국 방콕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유럽 항공표 가격에 깜짝 놀라 있다가 방콕 비행기 가격을 보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가 항공사 사이트를 들락 나락 하며 최저가를 검색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결제버튼을 꾹 눌렀다.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게 이토록 힘들 줄이야. 


떠난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조바심이 났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일주일을 보내고 토요일 새벽에 한국으로 귀국하는 일정으로 일단 항공 티켓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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