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고 해외로 나간다는 건 몇 년 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다. 그랬는데 한 달 후면 비행기를 탈 수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다만 외국인 사장과 함께 가야 하는 건 살짝 불편했다. 그래도 가슴은 벙벙 뛰었다.
며칠 후, 갑자기 외국인 사장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출장을 못 간다고 했다. 대신 일본인 동료가 대신 갈 거라고 했다. 일본인 동료는 일본 시장 담당이라서 미국 시장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자기 담당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출장을 가게 되는 거라 어안이 벙벙한 듯했다.
그래도 상사가 아닌 내 또래인 동료와 같이 출장을 가게 돼서 너무 다행이었다.
"항공권부터 사야 되겠는데요?"
일본인 동료가 어설픈 한국어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아, 그러고 보니 출장 간다고 들떠만 하고 있었지 준비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다.
떠나기 위해 준비할 것들을 체크해보니 항공권과 호텔 예약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이번 전시회는 이미 다른 지사에서 부스 신청, 디자인을 다 해놓은 상태였다. 외국인 사장은 직원이 알아서 준비해 가는 걸 원할 거라는 걸 알기에 혼자 인터넷으로 최저가 항공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비행기표를 검색하려니 머리가 복잡했다.
한국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직항은 없었다. 환승시간이 제일 짧은 곳으로 검색하면 티켓 가격이 너무 비쌌고 티켓 가격이 저렴하면 환승시간이 터무니없이 길었다.
대략 항공권 가격을 확인한 후, 라스베이거스에서 머무를 호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 라스베이거스에 간 적 있지만 어디에서 묵었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났다. 공항과 전시회장, 그리고 호텔과의 동선과 거리를 고려하며 라스베이거스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봤다.
이곳저곳을 알아보며 일본인 동료에게 이런 호텔이 있는데 괜찮겠냐, 저런 곳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물었다. 혼자 가는 게 아니라서 그래도 서로 공유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That's fine. I will just follow you"
그는 다 괜찮다고 내가 정하는 곳으로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각자 항공권, 호텔 예약을 나눠서 준비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한국어가 서투른 그에게 맡기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준비하면서 의견을 묻는 게 낫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도 딱히 출장준비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어차피 이 지역 담당자는 나라서 내가 주도적으로 준비를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모든 준비를 내가 알아서 하기로 했다.
다음날은 재택근무였다. 아침이 되자마자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카페로 왔다.
아직 결정을 못한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위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최저가 항공권을 찾기 위해 검색을 하고 또 하고, 호텔 예약을 위해 라스베이거스 지도를 보고 또 봤다. 미국에 갈 때 비자도 신청해야 하고 출국 전 코로나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혹시라도 내가 놓친 정보가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만일에 하나 준비가 안된 게 있어서 출국을 못하는 건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열심히 인터넷을 들여다보다 문득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오후 3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점심도 거른 채 이 일에 몰두를 하고 있던 거였다.
최근에 이토록 무언가에 몰두해 있던 적이 있었던가.
몇 년 만에 비행기를 타고 다시 떠난다는 사실에 이 모든 준비과정이 설레었고 전혀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퇴근시간을 몇 분 남겨두고 드디어 가격대와 환승시간이 아주 좋은 항공권 2장 결제버튼을 꾹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