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면 햄버거만 먹는 거 아니야? 싶었지만 오랜만에 온 롯데리아에서 제일 좋아하는 새우버거를 꼭 먹고 싶었다. 체크인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새로운 세상으로 드디어 떠난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었다.
코로나 검사까지 다 마친 일본인 동료가 도착을 했다.
그는 한국인과 결혼을 했고 한국에 온 지 1년밖에 안되었고 그래서 한국어를 거의 못한다. 와이프는 일본어에 능숙하다고 했다.
회사에 있을 때대부분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나이대가 비슷해서 친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본인이라 그런지, 아님 원래의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상대를 잘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함께 떠나는 출장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물론 서로가 아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어서 공항에서 만났을 때는 서먹하고 좀 어색하기는 했다.
체크인을 하러 미국행 비행기 카운터 쪽으로 갔다. 그런데 세상에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저녁 8시 반 비행기였고 6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그리고 우리가 타고 가는 비행기는 라스베이거스 직항이 아닌, 샌프란시스코 경유였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오랜만에 공항이 공항처럼 느껴졌다. 그래, 원래 공항은 이래야 되는 건데. 내 차례가 되길 기다리는 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다들 여행을 가는 건지, 출장을 가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이들 틈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왠지 기분이 짜릿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짐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면 가방을 찾은 후, 국내선 환승 수하물 벨트로 직접 가져가야 된다고 했다. 예전에 미국에 갔을 때 그랬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알겠다고 했다.
드디어 티켓을 받고 출국심사를 하러 갔다. 가방에 있는 노트북을 꺼내고 핸드폰과 겉옷을 바구니에 담았다. 출국심사는 기다릴 필요도 없이 금방 끝났다.
일본인 동료에게 나는 면세점에 화장품을 픽업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가 화장품 픽업은 어떻게 하는 건지 구경하고 싶다고 따라온다고 했다. 오케이, 하고 같이 걷는데 픽업장소가 꽤 멀리 있었다. 한참을 같이 걷다 지쳤는지 갑자기 보이는 다른 매점을 구경하고 싶다며 중간에 멈추었다.
그냥 나보고 먼저 갔다 오라고 하면 될 텐데, 예의상 그런 말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일본인 스타일인 건지 헷갈렸다.
대충 눈치로 가기 싫다는 거구나, 로 알아들은 후, 구경하고 있으라고 한 후 얼른 혼자 갔다 오겠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번호표를 받고 한참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손님은 덩그러니 나 혼자였다. 입구에서 뻘쭘하게 있으니 직원이 바로 창구로 오라고 했다. 여권과 티켓을 보여준 후, 엄마가 고른 키엘 로션, 수분크림, 아이크림 몇 통을 받았다. 쇼핑백을 들고 내려오자 저 멀리 일본인 동료가 매장 밖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일본인 동료는 나를 보자마자 혹시 다른데 더 둘러보고 싶으면 그러라고 했다. 비행기 시간까지 아직 한 시간이나 더 남아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구경하다가 보딩 시간에 맞춰 게이트 앞에서 보기로 했다.
나보다 앞서 걸어가던 그가 스타벅스 앞에 멈췄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살짝 뻘쭘한 표정으로 나보고 커피 마실래, 라는 제스처를 하길래 웃으며 괜찮다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한국인이었으면 커피 마실래,라고 미리 물어봤을 텐데 저것도 일본인 스타일일까? 아님 원래의 성격일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