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아직도 내 가방이 도착하지 않았다

by 마리



"아까 네가 차에서 날 내려준 곳으로 다시 가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와줘"



알래스카 항공의 수하물 담당자와의 대화를 마치고 일본인 동료에게 톡을 했다.


얼마 안 있어 그가 도착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차에 탔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차를 몰았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아시아나를 타고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왔는데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항공사를 타고 환승했는데 아직 가방이 도착을 안 해서요"






쿠바 레스토랑에서 배가 부를 때까지 음식을 다 먹고 나자 갑자기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가방 생각이 났다. 알래스카 항공사에서 가방이 도착하면 이메일로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내일 전시회는 어떡하지?



월마트가 저녁에 영업을 종료하기 전에 정장느낌이 나는 검은색 옷이라도 미리 사둬야하는건 아닐까?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애써 초조한 마음을 달랬다



혹시나 싶어 아시아나 항공사 수하물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해 보았다.


담당자와의 연결은 금방 되었지만 인천공항에서 발급받은 우리 가방의 태그 번호가 검색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에서 환승 한 항공사로 다시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도대체 우리 가방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환승할 때 타고 온 알래스카 항공사 사무실에 다시 연락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전화가 계속 통화 중이었다가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담당자와 연결이 되었다.


우리 이름을 말한 뒤 어제 도착했는데 가방을 아직까지 못 받았다고 했다. 그러자 담당자가 확인 후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몇 분 후, 다시 전화를 해보았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우리는 알래스카 항공사 수하물 센터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공항은 쿠바 레스토랑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일본인 동료가 운전을 하고 나는 조수석에 탔다.


"아, 가방이 안 오면 진짜 큰일인데..."










알래스카 항공사의 수하물 센터는 라스베이거스 공항 도착층에 있었다. 공항에서 주차하기가 애매해서 일본인 동료가 나를 도착층에 먼저 내려주었다.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급하게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무실은 우리가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을 때 가방을 찾는 곳 바로 옆에 있었다.



역시나 담당자는 계속 통화 중이었고 다른 여행객 몇 명이 얼굴을 찡그린 채로 서 있었다. 저 사람들 가방도 도착을 안 했나 보네...



몇 분을 서서 기다렸을까, 내 차례가 되어서 자초 지총을 설명했다.



어젯밤에 분명 다른 비행기로 가방이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못 받았으니 확인을 다시 해달라고 했다. 마음이 급해서 말을 하는 내내 흥분이 되었다.









"가방이 오늘 오전에 이미 머물고 계시는 호텔로 보내졌는데요?"



담당자가 컴퓨터 키보드를 몇 번 두들기는가 싶더니 가방이 도착했다고 했다.



그럴 리가.



나는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다고 했다. 내 여권을 건네며 다시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의 말만 믿고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가 가방이 오지 않았다면 참 난감할 것 같았다.



그러자 그가 호텔에 직접 전화를 걸더니 내 이름의 스펠링을 수화기 넘어 누군가에게 불러주었다.


전화를 끊더니 그가 다시 내게 말했다.


"가방이 호텔에 도착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호텔로 가보세요"



그제야 그의 말투에 왠지 믿음이 갔고 땡큐를 연발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이 기쁜 소식을 일본인 동료에게 그냥 알리고 싶지 않았다.


왠지 그에게 장난을 좀 치고 싶었다.


차에 타자마자 "아무래도 호텔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나지막이 말하자 그가 하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오케이,라고 했다.



잠시 후, "가방이 아마 이미 호텔에 도착해 있는 것 같아"라고 조용히 얘기하자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리얼리???"라고 외쳤다.



그리고 내가 별 말이 없길래 가방이 도착하지 않은 줄 알았다고 했다. 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하자 그가 하하하, 하며 크게 웃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벨보이에게 가방을 찾으러 왔다고 했다. 그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저 멀리서 우리의 가방을 가져다주었다.


휴, 마음이 이제야 놓였다.


하루 종일을 레드락캐년에서 보내고 가방까지 찾아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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