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년 만에 마주한 어떤 감정

by 마리


당신이 그 사람이라고요??


사진 속 모습과는 너무 다른 생김새에 깜짝 놀랐다. 통통하고 체구가 클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훨씬 왜소했고 키도 작았다.


그래도 사진에서처럼 하얀 턱수염은 그대로였다.


이 미국인 할아버지는 허허, 하며 자기가 그 사람이 맞다며 웃었다. 살을 많이 뺏다며 본인 사진을 빨리 바꿔야겠다는 농담까지 했다.











코로나 이후 처음 가보는 해외 전시회장에서 그동안 컨퍼런스콜을 하며, 인터넷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니 기분이 참 묘했다.


화면 건너편에서 봤던 사람들은 실제로 보니 달라 보였다.


"당신이 그 사람이에요? 하하하하하"


물론 놀리는 건 아니고 그저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내가 크게 웃으니 상대방도 내 반응이 재밌다는 듯 같이 웃어주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해외출장이 중단되면서 회사에서는 화상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상통화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는데 기술의 발전은 놀라웠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라는 걸 사용하는데 영상 연결도 잘 되고 소리도 깔끔하게 잘 들렸다.



이런 식으로 계속 회의를 할 수 있다면 굳이 멀리 출장을 갈 필요가 없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직접 만나서 소통을 해야 하는 법인가 보다.



몇 년 만에 찾은 전시회장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직접 보며 악수를 할 때 컴퓨터 화면상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던 인간의 온기가 느껴졌다.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표정을 읽으며 얘기를 나누는 이 순간이 이토록 소중하게 다가올 줄이야.




미국을 비롯, 저 멀리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며 오랜만에 직접 대화를 하면서 그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까, 문득 궁금했다.



그동안 해외 전시회장을 많이 가보았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마스크를 내려도 될까..."



전시회를 찾은 첫날,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어야 할지 써야 할지 계속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 맥주병을 들고 마시면서 내 옆을 지나갔다.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다른 회사의 부스에서 무료로 맥주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저 멀리서 누군가가 접시에 음식을 담아서 먹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핑거푸드가 제공이 되고 있었고 전시회장 한쪽 테이블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구경이나 할 겸, 하고 그쪽으로 가보았다.






그곳에서는 미소 가락국수, 미니 샌드위치, 신선한 야채 샐러드 등 건강한 음식이 세팅이 되어 있었다. 미국 음식에 질려있었는데 미소 가락국수를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줄을 서서 나도 음식을 받았다. 따뜻한 미소 국물을 한입 마시니 속이 천천히 따뜻해졌다.



역시 아시아 음식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마스크를 아주 벗고 있기에는 불안해서 사람이 없을 때는 잠시 내렸다가, 사람들이 몰리면 다시 끼기를 반복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2년 만에 찾은 미국 전시회에서, 코로나 때문에 놓치고 있던 예전의 순간들을 다시 마주하며

그동안 침체돼 있었던 내 마음에도 생기가 돌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