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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Oct 26. 2022

마음속 위로를 받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



작정하고"완벽한 아이"라는 책을 가방에 넣었다.


카페에 가서 이 책을 읽을 계획이었다.


괜히 마음이 설렜다.


카페에 도착하자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 카페에만 오면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진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재즈의 선율이 꼭 외국의 어느 낯선 곳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데 그래서인지 꼭 이곳에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요즘의 나는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마음에 틈이 생기니 그 사이로 여러 생각들이 오고 간다.


느슨해진 마음을 추스리기가 참 쉽지 않다.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창문 밖으로 자꾸 하늘만 바라보게 된다.


이런 나 자신이 도태되는 것 같아서, 이런 느낌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서, 책이라도 읽어야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서점을 기웃거렸지만 이상하게도 읽고 싶은 책이 한 권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재택근무를 하다가 점심시간에 근처에 있는 중고책 매장을 한번 들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가까운 그곳으로 향했다.


어떤 책이 있나, 그냥 구경하러 갔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김영하" 작가님이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으로 김영하 작가님을 팔로우하며 그분의 피드를 가끔 보고 있었는데 읽고 싶은 책이 하나도 없던 나의 무력한 상태에 번뜩이듯 그분이 떠올랐다. 책 검색대에서 "김영하"라고 치자 그분이 쓰신 소설책 리스트가 쭉 나타났다. 그리고 맨 아래에 절판이 된 책이고 중고매장에 딱 1권이 남아있다는 그분의 에세이 책이 보였다.


최근에 김영하 작가님의 강연을 유튜브로 들으면서 그분의 생각을 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소설책보다는 그분의 에세이를 찾아보았다.  






김영하 작가님이 쓰신 "보다, 읽다, 말하다" 에세이 시리즈가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그중 말하다 편을 책꽂이에서 꺼내 페이지를 몇 장 넘겨보았다.


그러다 "감성 근육"이라는 문구에 시선이 갔다.


작가님은 글에서 우리가 감성 근육을 키워야 한다며, 감성 근육이 잘 발달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게 되고 또 자신만의 즐거움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독서, 특히 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하셨다. 소설은 우리가 평소 접하지 못하는 다른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통로라고 하셨다.










소설이라.


그래, 나도 소설을 읽어볼까. 아니, 내가 존경하는 작가님께서 소설을 읽으라고 하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갑자기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어떤 결심이 섰다. 


메마르고 건조했던 나의 내면에 작은 불꽃이 일었다. 








어떤 소설을 읽어야 할까.


그러다가 김영하 작가님이 인스타에서 북클럽을 진행하시는 게 생각났다. 작가님이 소개해 주셨던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그분의 인스타 사진을 쭉 넘겨보다가 "완벽한 아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믿고 신뢰하는 작가님이시니 그분이 이 책을 소개해 주신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다시 중고책 서점으로 달려가 완벽한 아이, 라는 책을 구매했다.







평소 소설은 잘 안 읽는데 그래서 첫 장을 펼치기가 살짝 두려웠다.


내가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괜히 소설 읽는다고 허세를 부리는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책을 읽으러 카페에 온 건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첫 장을 펼치며, 아름다운 재즈의 선율과 함께 나의 일상을 벗어나 완벽한 아이의 이야기 속으로, 소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세상과 단절되어 부모의 학대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 글이 사실 소설이 아니라 실화 스토리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는 주인공과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나의 유년기 시절, 가족 없이 해외에서 살며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눈치를 보며 또 불안하고 두려웠던 시간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공포에 떨 때 나도 모르게 감정에 이입이 되어 가슴이 두근거렸고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장에서는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기도 했다.



이 글을 다 읽고 내면에 묵혀두었던 감정이 씻겨 내려가며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완벽한 아이를 읽는 내내 주인공의 처참한 상황을 통해 왠지 나 자신이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이런 느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왠지 생소했다.



아, 이래서 소설을 읽으라고 하는 걸까.



아직까지 소설과 친하지 않은 내가 소설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다 읽지 못한 페이지는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다 끝냈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 세계를 경험하고 느끼며 또 다른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김영하 작가님의 인스타를 뒤적이며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중고매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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