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 Nov 08. 2022

고속버스터미널로 무작정 향했던 날

당일치기 부여여행 1 

지하철역에서 밖으로 나오니 오전 10시 반이었다. 


고속버스표 어플을 켜고 11시 출발 티켓을 서둘러 결제했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서 있던 자리 바로 옆이 터미널 건물이었다. 아직 30분이나 남았으니 시간은 넉넉했지만 혹시나 타는 곳을 못 찾을까 봐 빨리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저 멀리 버스 타는 곳이 보였다.  


휴, 여유롭게 편의점에 들러서 물을 한 병을 샀다. 


탑승하는 곳 바로 앞 벤치에 앉아서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 설레었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마음은 답답했지만 누굴 만나서 수다를 떨 에너지는 없었고 시시콜콜 무언가를 털어놓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원하는 대로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일주일 내내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뚜벅이 혼자 여행"을 검색해보았다. 


강릉, 속초, 통영, 제주도 등 갈 수 있는 곳은 참 많았지만 운전을 못하니 어디라도 멀리 가려면 기차나 버스를 타야 했다. 


바다를 보러 강릉이나 속초에 가볼까, 했지만 내가 정말 바다를 보고 싶은 건지, 나도 내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막연히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지만 또 아무 데나 가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내 구미가 땅기는, 내 마음이 설레는 그런 곳으로 가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계속 뚜벅이가 갈 수 있는 목적지 찾기를 시도하다가 문경새재라는 곳이 나왔다. 


그래, 문경으로 가야겠다. 바다보다는 숲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검색을 계속하다 보니 누군가 그곳은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가 힘들다고 한 글을 보게 되었다. 


문경새재는 바로 포기했다. 






그러다가 계속 뚜벅이 여행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부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 주요 관광지를 걸어서도 다닐 수 있다고 한 글을 읽고  곧바로 그곳으로 무조건 가야겠다는 어떤 결심이 섰다.  


다행히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부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가는 데는 두 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는 것 같았다. 


미리 금요일로 연차를 내고 부여행 티켓을 결재했다. 그런데 아뿔싸, 뉴스에서 계속 금요일부터 날씨가 추워질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목요일에 감기가 걸린 것처럼 몸상태가 안 좋았다. 


괜히 갔다가 감기에 걸려서 오는 건 아닐까. 목요일 저녁, 밤새 뒤척이다가 부여행 티켓을 취소했다. 


그래, 감기에 걸리느니 여행을 포기하는 게 낫지. 






금요일에 이미 낸 연차를 어떻게 보낼까, 하다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워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실외에서 추위에 떠느니 실내가 그래도 낫지 않을까. 


날씨가 춥다고 해서 목폴라를 입고 패딩조끼를 껴입었다. 그리고 가을 코트를 입고 밖에 나갔는데 웬걸,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그때부터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일단 지하철을 탔다. 다행히 국립중앙박물관보다 서울 남부터미널에 가기 위해 갈아타야 하는 역이 더 가깝게 있었다. 


어떻게 하지, 부여를 갈까 말까. 


고속버스 어플을 켜고 버스 출발 시간표를 확인하니 다행히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었다. 


지금 가기에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갔다가 일찍 못 오면 어디서 자지? 당일치기로 갔다가 올까?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머릿속에 인터넷에서 본 부여의 풍경이 계속 떠올랐다. 평일이라서 왠지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터미널까지 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속 위로를 받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