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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Nov 09. 2022

홀로 만끽하는 버스여행

당일치기 부여여행 2 

고속버스를 타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11시 10분 전, 멀리 주차되어 있던 버스가 12번 홈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버스 앞쪽 유리창문에 "남부에서 부여"라고 쓰여있길래 저게 내가 타야 하는 버스구나, 싶었다.







지금 이렇게 가는 게 맞을까.



11시 출발이면 1시가 넘어서야 부여에 도착할 텐데, 내려서 점심을 먹고 나면 2시가 넘을 텐데. 너무 늦게 도착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어떤 조급함이 물밀듯 올라왔다.





일상에서 벗어나 나는 좀 설레고 싶었다.




늦게 도착해서 혹시나 부여에서 많이 돌아다니지 못해도 달리는 버스에서 창문 밖 시골 풍경에라도 흠뻑 취해보고도 싶었다.



이럴 때 운전을 할 수 있었다면 시간에 구애를 안 받고 어디든 갈 수 있었을까? 










11시 정각이 되자 버스는 고속터미널을 천천히 빠져나갔다. 평일이라서 사람이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래, 어찌 됐던 평일을 잘 활용하는 것 같아 내심 뿌듯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창문에서 느껴지는 햇살이 참 따뜻하고 포근했다. 


버스는 복잡한 도로를 점점 벗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었다. 


아, 어찌 되었던 떠나길 잘했구나, 싶었다.


버스는 쌩쌩 달렸고 나는 그렇게 홀로 가을을 만끽했다. 


짜릿한 기분이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여전히 내 앞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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