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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Nov 11. 2022

길을 따라 홀로 걷고 또 걸었다

당일치기 부여여행 4

"반찬 더 드릴까요?"


내가 반찬을 싹싹 다 비우자 직원분께서 물어보셨다. 돈가스를 거의 다 먹어가고 있었고 배도 불렀기에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얼마 후,


손님도 없는데 테이블에 반찬을 세팅하시길래 누가 오나 했다. 그런데 주방에서 일하던 분과 서빙을 하시는 분이 식사를 하려고 상을 차린 다는 걸 알고 나는 급하게 일어나 의자를 뺐다.


"찌익..." 하고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크게 났다.



그분들이 점심을 드시는데 중간에 계산을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차라리 빨리 일어나자 싶었다.



직원분이 얼른 계산대 앞으로 가 계셨다. 그분께 신용카드를 내밀고, 영수증을 받고 급하게 가게 밖으로 나왔다.






아까 밥을 먹으면서 보니 "정림사지"라는 곳은 백반집에서 나와 도로를 따라 쭉 가면 있는 것 같았다. 또다시 네이버 앱 지도를 켰다. 지도가 있으니 왠지 든든했지만 배터리가 빨리 닳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시계를 보니 3시가 좀 넘어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직 부여에는 가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나의 첫가을 여행이 아닌가 싶다.



출근을 하며, 점심때 산책을 하며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기는 봤지만 감동보다는 그저 지나가는 어떤 풍경에 불과했다. 아, 가을이 오긴 왔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뿐이었다.






정림사지에 가까워질수록 빨갛고 노란 가을 풍경과 파란 하늘에 마음이 울렁였다.


이게 뭐라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그 기분,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홀로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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