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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Nov 15. 2022

내 매력은 스스로 만들어갑니다

우연히 몇 년 전에 글쓰기 카페에서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이런 글을 썼었다고?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어린 내 모습이 좀 귀엽고(?) 또 한편으로 지금의 나는 어떤가, 제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어서 브런치에 올려봅니다!






넌 너무 매력이 없어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한 표정으로 있었다.


언젠가부터 관계가 삐걱거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나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혼자 애가 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좋았다.

대화도 잘 통했고, 그  사람이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의 길로 가지 않고 그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아직은 미개척 분야에서 새로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에게 호감이 더 갔다.


그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만남을 이어가면서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서먹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계속 마음에 들어 하길 원했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함께 만나서 저녁을  먹던 날,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화를 내거나, 따지거나.


그가 왜 그렇게 말을 했어야 했는지 혼란스러웠지만 그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람으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았다.







그 이후로 나는 "매력"이라는 단어에 유독 민감하게 되었다.


이성이 나에게 호감을 표시할 때면 속으로 "저 사람은 아직 날 잘 몰라서 저래. 나를 더 알게 되면 내가 매력이 없다는 걸 알게 될 텐데.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나 자신을 미리 방어하고 상대방의 관심을 차단했다.  








사실 그 사람과 사귈 때 나는 뚜렷한 취미도 좋아하는 것도 없었다.


당시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이상형의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 사람의 연락에 집착했고 하루라고 연락이 없으면 그 사람이 나한테서 마음이 떠났구나라고 단정 짓고 그에게 화를 냈다.


그야말로 나는 연락에 집착하는 여자였다.








어느 날 회사에 여자 신입이 들어왔다.


덩치가 좀 있고  아주 이쁜 얼굴은 아닌데 우리는 그 직원을 똑순이라고 불렀다. 싹싹하고 쾌활한 성격의 그 직원은 빵이나 과일을 가져와 직원들과 나눠먹기도 했고, 내가 일이 많으면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었다.


한마디로 같이 있으면 긍정 에너지가 팍팍 느껴지는 친구였다.


갑자기 야근을 하게 된 어느 날이었다. 야근을 너무 싫어하던 나는 그 친구 앞에서 나도 모르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 친구는 아무 불만도 없이 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나에게 캔커피를 권했다.


역시, 나에게 힘을 주는 친구이군.


야근은 싫었지만 그녀와의 야근은 왠지 좋았다.








일을 다 끝내고 퇴근을 하는데 그녀가 "오늘 야근해서 남자 친구랑 치맥 하러 가요!" 하며 웃으면서 말하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그녀에게는 10년 넘게 사귄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 남자 친구가 왜 10년이나 그 친구와 사귀는지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 매력덩어리였다.  



그녀의 모습에서 문득 예전의 내 모습을 비교하게 되었다.




나와 헤어진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좋게 둘러말하면 인연이 아니어서 헤어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한마디로 연락 집착녀였다.

하루 종일 핸드폰만 보면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그 사람의 연락으로 인해 하루의 기분이 좌지우지되곤 했다.


당시의 나는 내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었던 건 확실하다.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데 잘 몰랐던 나는 색깔 없는 사람이었다.


아마 그는 이런 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만약 내가 좋아하는 이성이 나만 쳐다보고 그만의 뚜렷한 주관이나 개성이 없다면 과연 호감을 느낄 수 있을까?


"매력"이 딱! 하고 갑자기 나타날 수는 없는 것이다.


매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은 따로 없다. 있다고 한들 그런 것들을 표면적으로 따라 하는 건 알맹이 없는 무의미한 일이다.







그보다도 나는 내가 뭘 할 때 기쁘고 에너지가 샘솟으며 의욕이 나는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나의 좋고 싫음이 뭔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그 안에서 나만의 개성이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줏대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대신 내 의견을 전달할 정도의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만큼의 노력도 필요하다.


내가 생각할 때 제일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다양한 경험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게 여행이 될 수도,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또는 책을 읽는 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세상과 연결되고 또 세상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혀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매력 있게 보는지 없는지는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나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기 위해 오늘 최선을 다 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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