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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Nov 16. 2022

시작이 정말 반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휘이익~~~~ 쾅!



갑작스러운 임팩트 있는 소리에 깜짝 놀라 앞을 바라보니 나보다 체구가 훨씬 여자분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골프채를 힘껏 위로 들더니 어깨를 오른쪽으로 휙! 하고 돌리며 골프공을 내리쳤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운동복 차림이었지만 그녀의 날렵한 뒷모습은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멋있었다. 


그녀의 골프가방에는 여러 종류의 골프채가 꽂혀 있었다. 그리고 내 손바닥보다 더 큰 노란색 곰 인형이 골프가방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나이가 들면 뭘 배우는 것도 점점 힘들어져. 너도 골프 한번 배워보는 거 어때?"


봄이었다. 엄마랑 주말에 야외 카페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골프 얘기가 나왔다. 


수영을 배우고 있는 엄마는 나보고 빨리 운동을 시작하라고 하셨다. 몇 년 전 피티를 받으면서 근력도 생기고 건강해졌지만 이후, 나는 운동에 손을 놓게 되었다. 


몸무게는 내 인생 최고점을 찍고 있었고 사진 속 내 모습을 보기가 싫어졌다. 


내가 정말 이렇게 생겼다고? 아니, 아닐 거야...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으로 마음을 달랬다. 







이사를 간 동네에 최근에 새로 오픈한 스크린 골프장이 생각났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골프레슨 현수막이 걸린걸 몇 번 보기는 봤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골프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적 없었고 골프는 나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골프 배우면 재밌어" 


그런데 엄마가 적극적으로 골프를 추천했다. 






살랑이는 봄바람 사이에서 내 마음도 일렁이고 있었다. 


별일 없는 일상에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구체적으로 내가 뭘 원하는지, 하고 싶은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두렵고 용기가 나질 않았다.  돈을 들여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 또한 망설여졌다.  퇴근 후 골프장에 가서 상담을 받아봐야지, 생각은 했지만 지하철역에 내리면 집으로 가기가 바빴다. 







안 되겠다 싶어서 일단 인터넷으로 상담을 미리 예약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강제적으로 골프장 문 앞이라도 갈 수 있도록. 







골프장에 갔더니 직원분이 친절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왜 골프를 시작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레슨은 얼마나 받는 게 나은지, 얼마나 싹싹하게 설명을 해 주시던지 그날 바로 레슨 24회를 끊고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6월 초에 등록을 하고 지금까지 몇 달째 계속 연습장에 나가고 있다. 


아직도 상체는 잘 안 돌아가고 고개는 자꾸 들리고, 공은 헛나갈때가 훨씬 많다. 이거 괜히 골프를 시작한 건 아닐까, 나랑 맞지 않는 운동인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 때도 많다. 


아, 중간에 코로나에 걸려서 후유증으로 두 달을 쉬기는 했지만 이건 변명이 안될 것 같다. 






그런데 내 앞에서 허리를 획획 돌려가며 골프공을 때리는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나도 그녀처럼 멋진 샷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훅 하고 생겼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드라이버샷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전히 고개는 들리고 자세가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녀 덕분에 골프를 열심히 치고 싶게 되었다.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골프라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새로운 세상에 나를 놓아두게 되었다. 


지금은 퇴근하면 연습장에 가는 게 일과가 되어버렸지만 골프를 시작하기까지 망설임의 시간이 있었다. 돌아보면 내가 쓸데없는 고민을 너무 많이 한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시작을 했으니 앞으로는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연습해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제가 나도 그녀처럼 멋진 샷을 한 번쯤은 날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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