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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an 02. 2023

새해를 맞이하는 나만의 방법  

연말에 그나마 자주 보던 지인들과 프랑스 코스 요리를 먹으러 가기로 했었다. 


처음에는 와, 프랑스 요리라니! 하고 신나서 어떤 메뉴가 있을까, 하고 레스토랑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생각보다 꽤나 높은 가격대인걸 알게 되었다. 


심기가 불편해졌다. 


굳이 이 비싼 음식을 먹으러 가야 하나, 심드렁했다가 아니야, 색다른 경험이 될 거야, 하고 애써 불편한 마음을 합리화했다.  


근사한 연말이 되길 바랐다. 


기대 반 근심 반으로 약속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만 한 명이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유일하게 있던 연말약속은 그렇게 취소가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홀가분했다. 


날은 매서울 정도로 추워지기 시작했고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요즘 들어 유난히 더 복잡한 지하철에 끼여 약속장소로 가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휴, 다행이었다. 







여기저기서 2022년을 열심히 산 것 같아 뿌듯하다, 이러저러한 성과를 냈다,라는 글들을 발견할 때마다 심기가 불편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들에게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나만 혼자 열심히 살지 않았고, 나만 아무 성과 없는 그런 한 해를 보낸 것 같았다.  예전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더 두려웠고, 경제불황이다,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거다,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은 더 암울해져만 갔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새해 다짐도, 한 해를 돌아보는 일도 버겁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우연히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연말에 새해계획 말고 "올 한 해 나의 10대 뉴스"를 꼽아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한번 해볼까, 펜을 들고 가볍게 적어보기 시작했다. 


2022년에 나한테 어떤 일들이 있었지? 다이어리를 뒤적여보았다.  



 

<2022년 나의 10대 뉴스> 

: 순서와 중요도는 상관이 없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기



1. 새벽에 꾸준히 모닝페이지를 써나간 것

2. 코로나에 걸렸지만 덕분에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 것 

3. 생애 첫 내 집 마련

4. 새로운 곳으로 이사,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기 

5.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

6. 여름에 방콕여행

7. 밀가루와 라테를 끊음  

8. 골프라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

9.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요리에 도전해본 것 

10. 소설책을 읽기 시작한 것 




하나둘씩 적어보자 그래도 꽤 굵직한 일들이 있었구나,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기는 했구나, 2022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에 안심이 되었다.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두려워하며 웅크리고 있었는데 이제야 기지개를 조금 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2023년, 거창한 계획 같은 건 없다. 


어떤 시련이 다가올지, 어떤 기대하지 않았던 짜릿한 순간이 있을지 예측은 할 수 없지만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그렇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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