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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an 27. 2023

나에게 하는 소소한 투자의 즐거움

앱에 저장되어 있는 날짜를 확인하니 "8월"이라고 찍혀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미용실에 간 게 약 5개월 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최근, 머리를 감을 때마다 등뒤로 길게 축 늘어진 머리카락이 신경 쓰였다.


생머리를 몇 년간 유지하면서 너무 긴 길이는 싫어해서 조금이라도 길다고 느껴지면 바로 잘랐었는데 계속 미루기만 했었다.



 





축 쳐져있는 긴 머리를 확 치고 싶은 생각에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에 있는 헤어숍을 검색해 보았다. 어느 한 곳을 보고 무작정 찾아갔는데 이게 웬걸,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머리를 하러 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평일 오후라 직장인들이 많이 오는 듯했다.


평소 외모관리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횡단보도를 앞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건너편 건물에 크게 써진 헤어숍 간판을 보았다.  저기라도 가야겠다 싶어서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오셨어요?" 직원이 나를 향해 물었다.


"아, 머리끝만 살짝 다듬으려고요"


예전에는 물결펌, 무슨 펌 등 머리에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서인지 금방 풀려서 그때 이후로는 쭉 커트만 했었다.


내가 유일하게 미용실에 가는 이유는 중간정도의 머리길이를 다듬기 위해서였다.


일 년에 헤어숍을 찾는 횟수는 아마 두세 번 정도쯤 되지 않을까...







이리 싹둑, 저리 싹둑


잘려나가는 머리칼을 보자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개운했다.




"샴푸 하러 오세요"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감겨줄 때, 뭔가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마무리로 머리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마사지해 줄 때, 나도 모르게 눈이 절로 감겼다. 잠이라도 한숨 자고 싶을 정도로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긴장이 풀렸다.


타월로 젖은 머리를 탈탈 털어줄 때는 정신도 한층 맑아진 기분이었다.







마무리로 볼륨을 빵빵하게 넣은 드라이를 하고 스타일리스트가 머리 끄트머리에 촉촉한 에센스를 발라주었다.


거울 속 달라진 내 모습을 보며 아, 평소 볼륨이라도 좀 넣고 다닐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를 이쁘게 가꾸는 것도 내 기분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다시 느끼게 되었다.


단돈 몇만 원, 아끼지 말고 나에게 투자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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