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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Feb 07. 2023

아이러니한 요즘의 일상

숙소예약앱을 켜고 속초에 있는 방들을 둘러보았다. 


금요일 연차를 내면 적어도 이틀은 맘 편하게 쉬다 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떠나고 싶은 욕구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내가 정말 떠나고 싶어 하는 걸까? 


답답한 마음은 떠난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작년 가을이었다. 


어디든 떠나고 싶어서 혼자 정동진으로 향했다. 


뚜벅이라서 기차를 타고 정동진역에서 내려서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셔틀을 타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좋아하는 오션뷰 방에 틀어박혀 마음껏 바다를 볼 계획이었다. 


"손님, 예약하신 방은 하프오션뷰이신데요, 오션뷰를 원하시면 추가금을 더 내셔야 해요" 


체크인을 하면서 혹시나 싶어 오션뷰가 맞냐고 물어보니 아니라는 답이 들렸다. 


그때, 그냥 추가금을 냈어야 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창문밖으로 건물벽이 보였다. 


그때, 바로 방을 바꾼다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 몇만 원을 더 내는 게 왜 그렇게 아깝게 느껴졌는지...


이미 짐을 가지고 방에 들어왔고, 육중한 문은 닫혔고 몸은 피곤했다. 


결국 하프오션뷰방에 있기로 했다. 


침대에 몇 분 누워있다가 너무 답답해서 옥상에 있는 라운지에 가보기로 했다. 


사방이 뚫려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커피를 한잔 시키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늦가을이어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였다. 


주중이라서 호텔은 한산했고 그래서인지 그 넓은 공간에서 나 자신이 더욱 눈에 띄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조용한 분위기를 꽤나 만끽할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에 한 커플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뭐가 그리 좋은지 둘이 쉴 새 없이 깔깔거리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 눈에 너무 거슬렸다. 


갑자기 기분이 심드렁해지려는 찰나, 웨이터가 갓 튀긴 감자튀김을 가져왔다. 


내 테이블말고 커플 테이블에. 


저거, 내가 먹고 싶었던 건데... 아까 메뉴판에서 감자튀김을 봤지만 가격을 확인하고 바로 메뉴판을 덮어버렸었다. 


감자튀김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고 입안에 침이 고였다. 


이윽고 두사람의 옷차림도 눈에 들어왔다. 남자분은 하늘색 셔츠, 여자분은 하얀티를 입고 있었고 둘다 뭔가 산뜻하고 깔끔해보였다. 


그들 뒷자석에 앉아있는 내 자신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졌다. 



무작정 가방을 챙겨나왔고 옷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다. 며칠 입은 청바지는 쭈글쭈글했고 국방색 재킷은 왜 그렇게 추례하게 느껴지던지. 


조심히 카메라를 열고 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풀메이크업을 한 저 여자분의 모습과 맨얼굴의 내 모습이 너무 비교가 되었다. 


갑자기 기분이 참 별로였다. 


이런 거 저런 거 신경 안 쓰고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었는데 갑자기 누군가와 내 모습을 비교하자 이 시간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마시던 커피를 홀짝 홀짝 끝내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더 이상 바다를 볼 수 없어서 티브이를 켜고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리며 그렇게 남은 오후를 보냈다. 


마음은 하루종일 참 심드렁했다. 






그때 떠났던 여행의 기억은 참 별로였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떠나기가 계속 망설여졌다. 같은 경험을 또 되풀이할까봐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디든 떠나고 싶은 요즘인데 떠나기가 참 망설여지는 요즘, 


참 아이러니한 시간을 겪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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