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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내 것을 가지고 싶은 욕망
by
마리
Mar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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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자기 계발 코너를 지날 때였다.
매대에는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었다. 그런데 이 책들을 보자마자 갑자기 빨리 서점을 빠져나가고 싶어졌다.
넌 가만있으면 안 돼! 이 책들을 읽고 자기 계발을 해야지. 멈춰있지 마!라고 책들이 나에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책들에 둘러싸여 내 존재감은 급격하게 하락했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월요일에 출근을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다.
가슴에 돌덩어리가 하나 얹어져 있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주 크게...
2주라는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시간은 최근 무료하게 보냈던 최근의 나의 일상에 분명 작은 활력소가 돼주고 있다. 아직 돌아온 지 3일째밖에 되지 않아서일까.
이 기분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
오늘은 새벽 1시부터 잠이 안 와서 뒤척이며 유튜브를 보다가 결국 5시에 일어났다.
부엌으로 가서 어제 마트에서 산 부대찌개 밀키트를 오픈했다.
독일에서 매일 빵, 햄, 치즈만 먹어서인지 맵고 짠 음식이 너무 당겼다. 사실 현지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한국음식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아, 마지막 날에 뭔가 매운 게 당기긴 했는데, 그래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에 있는 한식당을 찾아갈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또 밤에 돌아다니는 게 썩 내키지 않아서 꾹 참았었다.
한국에 도착한 첫날, 교촌치킨의 반반치킨을 배달해서 먹었다. 맵고 매콤한 치킨과 콜라는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여독은 풀리지 않았다.
맵고 짠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요리를 할 기운은 없었다.
마트를 돌다가 40% 세일하는 부대찌개 밀키트가 보이길래 얼른 집어왔다. 그리고 새벽 5시에 허겁지겁 밥에 부대찌개를 말아먹었다.
온몸에서 후끈후끈
열이나며 이제야 몸이 좀
정상으로 돌아왔다.
거의 이주만에 내 얼굴을 본 엄마는 얼굴이 더 좋아졌다며, 살이 빠진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
독일에 있을 때는 모든 음식이 다 신선했다. 특히 빵이 너무 맛있어서 거의 매일 크루아상, 딱딱한 빵을 먹었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한결같이 얼굴이 퉁퉁 부어 보였다.
그런데 독일을 떠나 이집트로 넘어갔을 때, 중동음식은 내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3일 동안 양이 평소 먹는 것보다 거의 삼분의 일로 줄어버렸다.
엄마는 내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이집트에서까지 잘 먹었으면 어쩔뻔했냐고 오히려 더 잘
되었다며 흐뭇해하셨다.
지난 2주 동안 내가 독일과 이집트에 있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낯선 사람들, 낯선 공기 속에 둘러싸여 있던 시간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방금 꿈에서 방금 깬 것 같다.
부대찌개를 다 먹고 느끼한 속을 콜라로 달래는데 문득
무력함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온전히 내가 이룬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잘 다녀와놓고서는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그러니까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회사 타이틀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출장이었기에, 만약 내가 회사를 떠나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지 않을까.
그럼 그 이후에 나는 뭐지?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해졌다.
아마도 너무 좋은 순간들이 있었기에
그런 기분이 더욱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내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아직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뭘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도 모른다.
일단은 그곳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글로 꼭 남기리라, 결심했다.
내가 쓰는 글은 온전한 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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