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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r 16. 2023

독일, 뮌헨으로 가는 기차에서 떠오른 그곳

독일 여행기

기차표를 끊었다.


출장을 다녀와서 밀린 업무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한 주였다.


시차가 바뀌어서 밤에 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하다 출근을 했다.


그랬더니 정신이 비몽사몽 했고 몸도 무거웠다.


그저께는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앞에 서 있는 사람 등에 내 얼굴을 박을 뻔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어버린 거였다. 깜짝 놀라 정신을 부여잡으려 애를 썼지만 눈꺼풀이 계속 내려앉았다. 내려야 하는 역까지 가는 길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집에 도자마자 침대에 바로 쓰러져 잤다.


자기 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메이크업을 지우는데, 그것조차 할 기운이 없었다. 


저녁 8시쯤 잠에 들었는데 눈을 뜨니 밤 11시였다. 그리고 새벽 6시까지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보낸 한 주였다.


어젯밤, 다행히 밤 12까지 안 자고 버텼고 오전 7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깼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했다.






바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시차에도 적응이 되자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싶었다. 아니, 무엇보다 다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겨울바다가 생각났다.









독일에서 전시회 업무가 끝난 금요일 오전, 뒤셀도르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갈 때 혼자 기차를 다.



내 앞자리에서 독서를 열심히 하던 독일인





다음 출장지였던 이집트를 향하기 전 주말이 이틀 있었고 이 시간은 온전히 자유였다.


이집트를 갈 때 프랑크푸르트 공항 출발이어서 이틀을 이곳에서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중앙역 앞 숙소 주변에 노숙자가 너무 많았고 오후에 도시를 한 바퀴 둘러보니 더 이상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뮌헨이 생각났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까지는 기차로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한국에서 독일로 출발하기 전,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4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과연 갈 수 있을지 미리 알 수가 없어 현지 상황을 보며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프랑크푸르트를 반나절 돌아본 후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독일 기차표앱을 켰다.


뮌헨에 가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하게 섰다.


그런데 기차표를 사려고 하는데 갑자기 신용카드 인증에 문제가 생겨서 표를 살 수 없었다.


어떡하지, 프랑크푸르트에는 계속 있기 싫은데.


그런데 생각해 보니 중앙역은 숙소에서 1분 거리였고 역에서도 표를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녁 8시, 얼른 옷을 갈아입고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새벽에 출발하는 뮌헨행 왕복 기차표를 끊었다. 뮌헨에서는 1박을 할 예정이었다.


조급했던 마음이 그제야 가라앉았다.


아, 이제 정말 뮌헨으로 가는구나.








뮌헨은 어렸을 때 마음속으로 동경했던 전혜린 글을 읽고 알게 된 도시였다.


한국을 떠나 외국인으로, 이방인으로 살아온 지난 10년 동안의 내 마음은 전혜린의 문장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그래서 언제가 그녀가 지냈던 뮌헨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다.


하지만 독일은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나라였고 실제로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랬는데 이번에 독일로 출장을 가게 되면서 마음속에 "뮌헨"이라는 도시가 자리를 잡았었다.



프랑크푸르트  숙소에는 캐리어가방을 두고 책가방에 잠옷이랑 세면도구만 챙겼다.


다음 날 새벽 6시 53분, 뮌헨으로 출발하는 기차에 올랐다.






뮌헨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아니 이 먼 곳까지 와서도 기차를 타는데 왜 한국에서는 기차를 탈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를 타고 겨울바다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이 먼데까지 와서도 기차를 타는데.







그리고 오늘, 드디어 겨울바다가 있는 강릉행

기차표를 샀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좌석이 많이 없었는데 다행히 아침에 출발하는 표를 살 수 있었다.


뮌헨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한 결심을 드디어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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