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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r 31. 2023

나의 취향을 저격한 독일음식

독일 여행기 


하루종일 걷고 또 걸었더니 슬슬 배가 고팠다.


시간은 오후 4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뢰머 과장을 다 돌고 나오면서 주위에 갈만한 식당이 있나 둘러보았다.


구글맵으로 알아볼까 하다가 눈앞에 레스토랑이 보일 때마다 창문으로 유심히 안을 살펴보았다.


대부분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거나 아님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왠지 들어가기가 싫었다.


그냥 샌드위치를 사 먹을까, 했지만 그래도 독일까지 왔는데 독일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그러게 광장 주변을 기웃거리다 저 멀리 통유리 창을 통해 식당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한 곳을 보게 되었다.


여긴 뭘 파는 곳일까?


바깥에 세워져 있는 메뉴판 가까이에 가보았다.







SCHNITZEL


독일어로 "슈니첼"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 이거 내가 먹어보고 싶었던 건데!


여기가 슈니첼을 파는 곳이라고? 안쪽을 들여다보니 테이블 간 간격은 꽤 넓어 보였다. 옹기종기 안 앉아도 되는 것 같았다.







가격은 14유로 정도였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한번 들어가 볼까?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와 눈이 마주친 독일인 웨이터가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슈니첼은 한국의 돈가스와 비슷한 음식이라고 해서 돈가스를 좋아하는 나는 이 음식을 꼭 먹어보고 싶었다.


몇 년 전, 독일에 왔을 때 "슈바인학센"이라는 독일식 족발을 먹은 적이 있는데 기름이 좔좔 흐르는 족발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독일음식을 꼭 시도해보고 있었다. 그리고 돈가스라면, 왠지 안전할 것 같았다.







"One Schnitzel please"


영화배우같이 생긴 독일 웨이터가 내 주문을 받았다.


식당내부가 조용하고 사람이 많이 없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잠시 후, 내 테이블로 드디어 슈니첼이 서빙되었다.






테이블에 놓인 슈니첼을 보자마자 흐뭇했다. 보기만 해도 바삭하게 구워진 슈니첼은 딱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한국의 돈가스와 다른 점은 빵가루가 얇게 입혀져 있었고 무엇보다 식용유에 튀긴 게 아니라 팬에 부쳐진 거라 기름기가 거의 없었다.


어떤 맛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나이프로 한입크기 정도를 잘라 포크로 콕 집어보았다. 슈니첼에서는 돼지고기 냄새가 하나도 안 났고 맛은 바삭하고 깔끔했다.


함께 서빙되어 온 시즈닝에 버무려진 감자도 너무 맛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록색 소스는 슈니첼의 느끼함을 잘 잡아주었다. 추측하건대 시금치, 바질, 크림을 같이 갈아서 만든 소스 같았다.










이 레스토랑에 오길 너무 잘했다,라고 생각하며 혼자 흐뭇해하고 있는데 내 옆 테이블에 중년의 독일 부부가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발밑에서 뭔가가 꼼지락 거리면서 내 운동화를 건드렸다.




깜짝 놀라서 뭐지, 하고 보니 부부의 반려견이 목줄을 맨체 테이블 밑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부부가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얼른 목줄로 강아지를 본인들 테이블 쪽으로 당겼다.








아, 여기는 애완견도 데려오는 식당이었구나.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슈니첼을 먹는 내내 쳐다보았지만 강아지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주인발 밑에 얌전히 앉아 주인만 바라보고 있는 게 신기했다.








한 접시를 깨끗하게 끝낸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그냥 이곳에 더 머무르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 웨이터에게 눈빛을 보냈다. 다른 일을 하다 정신이 없던 웨이터는 고개를 들면서 나랑 눈이 마주치자 바로 내 테이블로 왔다.


"One expresso, please"






한국에서는 마시지도 않는 에스프레소를 한잔 주문했다.  왠지 커피를 마시면 집에 가는 동안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까 봐 최대한 물이 적은 커피를 택했다.



작은 에스프레소 잔을 보니 이곳이 유럽이라는 게 더 실감이 났다.


진한 커피 향도 참 좋았다.



긴가민가하며 들어갔던 곳이었는데 음식도, 분위기도 공간도 너무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커피는 다 마셨지만 왠지 떠나기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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