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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pr 19. 2023

여름이 오나 보다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냉동실에서 식빵을 꺼냈다. 에어프라이어에 식빵을 넣고 구우면서 냉장고에서 큐브치즈를 꺼냈다.


어제 아침, 출근하면서 남긴 커피반잔이 그대로 테이블 위에 있었다. 물을 마셔야 할 텐데 보이는 커피를 홀짝 몇 모금 마셨다.


따뜻하게 데워진 식빵을 한입 베어 먹으면서 치즈도 같이 삼켰다. 이 조합이 꽤나 괜찮다고 생각하며 우걱우걱 식빵을 씹었다. 식빵을 두 조각이나 먹었는데도 배가 안 차서 며칠 전 시장에서 사 온 딸기를 꺼냈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긴 씻었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접시에 제대로 담지 않고 허겁지겁 딸기를 입에 넣어버렸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일기를 쓰곤 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노트에 끄적이면 걱정했던 일들이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구나, 나는 걸 알게 된 적이 많았다.


도대체 나는 뭐 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거지?


생각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면 별일 아니었구나,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책상에 앉는 것조차 힘들었다. 집에 오면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 잠들었고 침대로 가야지, 생각은 하는데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겨우 일어나 거실불을 끄고 어두컴컴한 곳을 더듬으며 침대에 누웠다. 침대로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철칙은 잘 지켜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었다.


날씨가 다시 추워져서 얇은 패딩을 계속 입고 다녔다. 추위를 많이 타서 조금이라도 쌀쌀하면 남이 보든 말든 이제는 내 몸을 먼저 챙기게 되었다.






오늘, 바깥온도가 한여름일 거라는 일기예보를 봤지만 창문을 열어보니 여전히 쌀쌀했다. 패딩은 너무 오버인 것 같아서 좀 두꺼운 트렌치코트를 입고 현관문을 나섰다.


딸기를 다 먹은 플라스틱통을 분리수거를 하려고 한 손에 통을 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꾹 눌렀다. 분리수거함에 무심히 통을 획, 하고 던지고 매일 가던 길로 향했다.


단지를 빠져나가는데 이게 웬걸, 오늘따라 유난히 나무들이 울창해져 보였다.


진한 초록색 나뭇잎이 싱그럽게 빛나고 있었다.



어제 비가 내려서였을까, 아님 벌써 여름이 다가온 걸까.


파릇파릇한 나뭇잎들 덕분에 칙칙했던 마음에 좀 생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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