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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pr 24. 2023

혼돈의 이집트 입국기

이집트 출장기



출장지로 이집트가 정해진 그날, 이집트와 관련된 글을 인터넷에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중 제일 눈에 띄었던 건 공항에 나오자마자 속칭 "삐끼"들이 많다는 거였다. 택시를 타야 한다면 흥정을 해야 하고 거절을 해도 들러붙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휴, 가기 전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호텔까지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할 텐데 현지인들과 택시비 흥정을 할 생각을 하니 가기 전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예전에 베트남에서 그랩을 불러서 택시를 탔을 때, 미터기가 자기 맘대로 쑥쑥 올라가는 걸 보고 너무 놀라서 택시기사에게 물어봤을 때 택시기사의 위협적인 말투에 아무 말 없이 돈을 내고 내렸던, 쓰라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5분 거리를 25,000원 정도를 냈을 때, 그날 하루 내 기분은 엉망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니 이집트로 출발 하기도 전에 기분이 묘하게 나빴다.








'안녕하세요, 혹시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제일 안전한 방법은 뭘까요? 택시를 미리 예약하려고 하는데 혹시나 해서 여쭤봅니다'.



출발 전, 미팅이 잡힌 거래처 담당자에게 정중하게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내 메일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현지에서 회신이 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회사에서 차량을 보내줄 테니 그 차를 타고 오시면 됩니다, 저희 직원 모하메드가 마중을 나갈 거예요"


휴,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택시기사와 택시비를 실랑이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큰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이집트 공항에 도착했다. 


이집트는 도착하자마자 도착비자를 구매해야 하는데 무조건 현찰만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25불을 준비해 갔다. 내 앞에 줄 선 미국인 가족은 현금이 없어서 바로 돌아서는 걸 보고 휴, 만반의 준비를 하길 잘했군, 하고 생각했다.



25불을 쓱 내미니 담당자가 이집트 비자 스티커를 줬다. 여권에 스티커를 붙이고 출국수속을 하려고 고개를 돌리자 어떤 이집트인이 날 뚫어지게 쳐다보며 내 이름을 불렀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 꺼리자 그 이집트인이 다시 내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했다.


혹시 회사에서 나온 사람인가? 


"Are you Mr. Mohamed?"  모하메드 씨가 맞냐고 물어보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하메드는 자기가 가방을 들어준다며 내 가방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권도 달라고 했다. 


여권? 여권은 왜 달라고 하는 거지? 의아했지만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손에 여권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를 따라오라며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를 뒤따라 가는데 뭔가 기분이 묘했다. 순간 내 여권을 그에게 준건 실수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며 모하메드를 불러 세웠다. 


여권은 내가 들고 갈 테니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아


해외에 나갈 때 어떤 경우에도 여권은 내 몸을 떠나면 안 된다는 걸 철칙으로 했는데 왜 그에게 여권을 준거지? 


그의 손에서 내 여권을 거의 뺏다시피 했다. 


휴,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모하메드는 다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고 내 가방을 들고 가는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 뒤를 열심히 따라 걸었다.



모하메드가 다시 나에게 여권을 달라고 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입국심사를 하는 곳이었다.


순간 내가 뭘 잘못 본 줄 알았다. 아니 입국심사도 안 했는데 이 사람은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도대체 이 사람은 뭐지??


입국 심사대 근처에 가자 현지직원들이 날 제지하는듯한 제스처로 내 앞을 가로막았는데 모하메드가 뭐라고 말을 하니 나를 놓아주었다. 


모하메드가 날 보며 여권을 빨리 달라고 했다. 


그에게 내 여권을 넘기자마자 담당자가 바로 입국도장을 쾅하고 찍어주었다.








여기는 현지사람도 입국심사장까지 들어올 수 있는 건가? 머리가 복잡했지만 일단 입국심사는 완료했으니 모하메드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여권을 내 손에 다시 꼭 쥔 채 다시 모하메드의 뒤꽁무니를 쫓아갔다. 이제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택시를 타러 간다고 했다.




이상했다, 분명 담당자는 차량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공짜로 데려다주는 건 아니었나 보네,라고 생각했다.


모하메드가 택시 승강장으로 날 데려갔다. 혹시나 싶어 택시비가 얼마냐고 물으니 25불이라고 했다. 


25불이면 괜찮은 건가? 그래도 회사직원인데 믿어도 되겠지, 안심하고 일단 택시에 탔다.








혹시라도 택시기사가 택시비를 더 내라고 하면 어떡하지? 싶어서 얼마냐고 물으니 $25이라고 했다.


휴, 다행이다 싶었다. 





택시가 출발하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창밖 풍경을 보니 이집트에 온 게 좀 실감이 났다.



택시는 생각보다 빨리 호텔에 도착했다. 지갑에서 십 불짜리 2장, 5불짜리 한 장을 꺼내 택시기사에게 줬다 


그런데 그의 손에 현금이 쥐어지는 순간 십 불짜리 한 장이 더 간 걸 알게 되었다.


깜짝 놀라서 그의 손에서 십 불을 빼냈다. 




그러자 택시기사가 십 불을 팁으로 달라며 웃으며 얘길 했다. 농담이겠지 싶어서 듣는 척 마는 척했는데 그가 계속 십 불을 달라고 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무시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주는 걸 받고 가려고 하는데 택시기사가 계속 팁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15분 만에 도착한 것 같은데 25불도 너무 많이 준 게 아닌가 싶었다. 


팁이고 뭐고 기분이 너무 나빠서 무시하고 얼른 호텔 정문으로 들어갔다.








숙소에 도착하마자 긴장이 확 풀려서 바로 침대에 누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분명 직원이 차량서비스를 제공하는 줄 알았는데 택시를 태워 보낸 게 꺼림칙했다.


혹시나 싶어 회사 이메일함을 열어봤다.


그러자 담당직원이 나랑 연락이 안 된다면서 본인 전화번호를 저장해서 와츠앱으로 연락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순간 움찔했다.


날 마중 나온 모하메드는 누구지??






내 가방을 들고 누군가와 계속 통화하며 걸어가던 모하메드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택시 창문 밖, 노을이 지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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