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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Sep 19. 2023

무례한 사람을 만나고 나서


저는 더 이상 마음 졸이지 않고 회사에 다니는 것 같아요.



마음을 졸이는 기분은 나만 느끼고 있던 기분인 줄 알았는데,

이 사람도 그런 감정을 겪었었구나.


뭔가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하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아, 그렇냐고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구나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된 그녀가 왠지 멋있어 보였다




최근,


마음을 졸이며 회사를 다니는 나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퇴근길,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온몸이 얼음처럼 굳어있었다.


나 자신이 한없이 무너지는 기분이었고 어떻게든 이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문득 책 한 권이 생각났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오늘 당장 이 책이라도 읽어야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다.


집 근처 도서관에 책이 비치되어 있다는 걸 앱으로 확인했지만, 중고서점에도 있길래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바로 책을 사버렸다.


책을 결재하고 가방에 넣어 나오는데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위안이 되었다.






 


회사 내에서 평소 그리 평판이 좋지 않은 직원과 회의 중 난데없는 공격을 당했다.


너무 당황했지만 태연한 척 회의실을 나왔다. 쓸데없는데 신경을 쓰거나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의 여파는 컸다.  



스스로에게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


자존심은 이미 구겨졌고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싶었고

아무 반격도 안 하고 입을 닫은 순간을 돌리고만 싶었다. 갑자기 가슴이 조여왔고 머리가 멍했다.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입을 그만 닫아버렸다.


잘 지내려고 애썼던 순간들이 부질없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나의 이런 모습에 당황한 듯,  싸한 공기는 상대에게도 전해졌고 그는 나의 눈치를 보며 먼저 퇴근을 해버렸다.


그의 인사를 최대한 싸늘하게 받아친 건 나의 소심한 복수였다.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공간에서 최대한 감정적으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친절하게 해 주면 해줄수록 상대를 만만하게 보는 부류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참 씁쓸하기만 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사람 때문에 최근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는 것. 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사무실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최대한 잘해주려고 했다는 것.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걸 어느 순간 느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내 마음을 돌아보았다.




"무엇보다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
나의 감정을 틀어쥐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불쾌했다.
 
'너는 쓰레기를 줬지만 나는 받지 않았어.
그럼 그건 네 거지 내 것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그와 업무를 함께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휘둘리지 않으려고
마음속에 금을 그어두고 그를 대했다.

그러자 그의 말에 일희일비하는 정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비난하든 칭찬하든
그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상처를 덜 받게 된 것이다"
 (P. 194~P. 195)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솔직히 이런 기분으로 내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 않지만

한동안 나는 사무실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것 같다.



하지만 나 자신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기회로,


내가 나를 돌아보는 발판으로,


무례한 사람에게 잘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으로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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