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목적은 요요기 공원이었다.
전날 가본 신주쿠 공원이 좋았고, 그래서 어딜 갈까 고민하다 다른 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하라주쿠 근처에 있다는 요요기 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지도가 알려주는 대로 하라주쿠로 갔다. 역을 나오자 동서남북이 헷갈렸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길치여서 매번 방향을 헷갈리거나 같은 곳을 빙빙 돌기도 한다.
도대체 어디로 가면 요요기 공원이지? 역 앞에서 주위를 둘러보다 맞은편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보였다.
하루주쿠 골목 입구였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빨리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었는데 아침에 오니 왠지 걸을만해 보였다.
횡단보도를 건너 하라주쿠 골목 입구 쪽으로 갔다. 캐릭터 왕국 일본 답게 아기자기한 캐릭터 소품가게들이 많았다. 한적한 공원을 가려고 나왔는데 캐릭터 샵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니 너무 재밌었다.
하라주쿠에 오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고 그 틈에서 나도 다시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요요기 공원은 까맣게 있고 하라주쿠의 아기자기한 샵들을 구경하며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구경하며 걷다가 명품거리 오모테산도 힐까지 오게 되었다. 예전에 왔을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그냥 지나쳤던 곳이었다. 이번에는 오전에 와서 그런지 한적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딱히 쇼핑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살짝 지루해지려는 찰나, 어느 한 장소가 떠올랐다.
일본식 정원이 있다는 "네즈 미술관"이었다.
어떤 여행 블로그에서 한 번쯤 가 볼만한 곳으로 추천한 곳이었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미술관은 내가 있는 위치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였다. 아, 그래 이곳에나 가볼까?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 대나무가 한쪽으로 정렬되어 있는 아름다운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입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미술관 앞에 있는 마당에 작은 정원이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정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여러 갈래의 길이 나왔고 초록초록한 나무와 식물들로 가득했다.
솔직히 큰 기대 없이 갔던 곳이었는데 계속 머물고 싶을 정도였다. 한 바퀴를 돌고 의자에 앉아 눈앞의 풍경을 우두커니 감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하라주쿠에서 정신을 놓고 구경했는데 지금은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한 정원에서 쉴 수 있었다.
비록 계획했던 요요기 공원에는 가지 못했지만 우연히 만난 하라주쿠와 네즈 미술관의 정원에서 뜻밖의 좋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인생도,
언뜻 보기에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더 좋은 순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