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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l 12. 2024

도쿄 긴자의 북카페에서 나홀로 보낸 시간


아, 이 순간을 위해 그토록 떠나고 싶었구나...!


입구 쪽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양산을 쓰고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깥의 날씨는 무척이나 습하고 더웠다.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도쿄 메트로의 파란색 바탕에 하얀색 M 자의 표시가 바로 보였다.


아, 내가 정말 도쿄에 와 있긴 하구나.







원래의 계획은 긴자거리를 무작정 돌아보는 거였다. 지하철을 타고 긴자역 밖으로 나왔는데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순간 당황해서 양산을 펼치다가 바로 옆에 BOOK CAFE라는 사인을 보게 되었다.


북카페? 입구가 아기자기도 했지만 일단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디라도 들어가야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고 아담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런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뭐지?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에 손님이 나뿐이라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서투른 일본어로 아이스라테 한잔을 주문하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작은 책장에 일본어 책들이 여러 권 꽂혀있는 게 보였다. 알아볼 수 없는 글씨였지만 책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어떤 안도감이 느껴졌다.


주문한 아이스 카페라테를 직원분이 테이블로 가져다주었다.


늦은 오후, 도쿄 긴자의 북카페에 손님은 나뿐이었다. 직원들의 조용한 목소리와 잔잔한 음악만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 나도 모르게 어떤 짜릿함이 느껴졌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해서인지 나 혼자 카페에 있다는 게, 그것도 도쿄의 한복판 긴자에서 홀로 공간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도쿄에 가면 카페에서 일기를 꼭 쓰고 싶었다. 일기를 쓰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꼭 가지고 싶었다.


그랬는데 도착한 첫날 그 바람이 이루어지다니.


일부러 찾아간 곳도 아니고 우연히 발견한 곳이라 더 뿌듯했다.


볼펜을 잡고 노트에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들을 하나둘씩 꺼내어내려 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비행기를 몇 시에 탔고, 오는 동안 나의 기분은 어땠는지. 그러면서 라테를 한 모금 마시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었지만 그 순간이 참 좋았다.


나 홀로 오롯이 즐기는 이 시간이.






사실 몇 개월 전에 도쿄에 왔었는데 이렇게 또 가도 될까, 충동적으로 비행기표를 사고 나서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성수기에서 비해서 표는 훨씬 저렴했고 장마기간이라고 하는데 내가 가는 금토일에는 다행히 비소식이 없었다. 무엇보다 동생이 지금 도쿄에 있기 때문에 숙소를 공짜로 해결할 수 있어서 떠날 수 있는 이유가 제일 컸다.



새벽에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너무 무리하며 떠나는 건 아닐까, 고민에 휩싸였다.


이런 나의 걱정은, 긴자의 북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떠나오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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