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낯선 공간으로 날 데려가야 하는 이유

일본 시바마타의 전통가옥 찻집에서

by 마리

한 손은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폰을 들고 구글앱을 켠 채 골목길에서 몇 번이나 헤매었다.


그러다 드디어 찾고 헤매던 찻집을 찾았다.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조용해서 안심이 되었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안 왔구나, 휴 다행이다.





이곳의 이름은 "야마모토테이".

입장료만 내고 들어가서 둘러봐도 되고, 아니면 차를 주문해서 마실 수도 있는데 나는 좀 앉아서 쉬다 가고 싶어서 말차 한잔을 주문했다.


전통가옥 안으로 들어가니 다다미가 넓게 깔린 방이 몇 개로 나뉘어 있었다.


큰 창문 밖으로 일본식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창문 바로 옆 테이블이 비어서 창가 옆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고 보니 내 앞에 한 백인 여성분이 혼자 조용히 창밖을 응시하며 앉아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바닥이 불편했는지 계속 다리를 폈다 오므리기를 반복했다.


저 사람도 나처럼 혼자 여행을 온 걸까?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어느 나라 사람일까...


왠지 나와 비슷한 혼자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내 뒤로는 일본인 몇 명이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소리는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도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초록색 식물로 가득 찬 일본식 정원을 넉놓아 바라보고 있으니 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모르는 곳을 잘 찾아왔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내가 꼭 해보고 싶은 것을 이뤘다는 어떤 성취감도.




이번 여행에서도 전통적인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사색하는 순간을 꼭 가지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 앞으로 나는 그 어느 것도 못해낼 것 같은 생각들 때문에 내일이 걱정되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순간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조금만 유명해져도 사람들이 붐벼서 왠지 그런 시끌벅적한 곳은 아예 안 가게 된다. 이 찻집을 찾아오면서도 설마 괜히 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이곳은 도쿄 근교 유명 관광지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고 마침 내가 방문한 시간이 이른 오전이라서 아직 손님이 많이 없었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한 명 없이, 이 넓은 공간을 혼자 차지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름다운 정원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이 아지랑이처럼 어디론가 흩어졌다. 왠지 눈도 머리도 맑아지며.


일상에서 도망치듯 온 여행이었지만 이런 순간을 가질 수 있음에 문득 감사했다.



혼자 떠나온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찻집.

이곳에서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순간을 가지며 머리를 식히다 보니 마음이 한껏 가벼워졌다.


그리고 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겼다.



가끔 마음이 지칠 때면 나는 무조건 집 밖의 다른 공간을 찾아 헤맨다. 어떤 공간은 나를 위로하고 손을 내밀어주기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떠나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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