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없어도 계속 나아가는 중입니다.

내향형 직장인의 현실 고충

by 마리


"이 숫자가 여러분이 달성해야 할 목표입니다. 만약 내년에 이 숫자를 만들지 못하면... 저부터 잘릴 수가 있어요"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연말에는 아무 생각 안 하고 조용히, "잘"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상사와의 회의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이러다 내년에 백수 되는 거 아니야? 이직준비를 해야 하는 건가...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과연...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갑자기 앞이 막막하고 무력감이 몰려왔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이제 내년이면 5년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이 회사로 오기 전, 일을 쉬게 되면서 다시는 취업을 못할 줄 알았다. 마음이 불안했고 앞이 막막했다. 일을 안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고 내 인생에 앞으로 희망이나 미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취업사이트에 올려둔 내 이력서를 보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면접을 제안했고,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회사에서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나는 해외영업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언어는 가능하지만 해외영업 경력은 짧았기에 나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회의실에 가는 게 너무 두려웠다.


오늘은 또 어떤 말을 들을까....


결국 이직을 하기로 결정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상사는 잘리고 직원들은 남게 되었다.







이후, 회사를 다니며 생각하지도 못했던 많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매년, 남들은 힘들지 않냐고 하는 해외장기 출장을 떠났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 유럽, 중동, 남미의 국가들을 방문해서 업체들과 미팅을 했다. 전형적이 내향형 성향의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는 항상 긴장했다.


하지만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하며 그 안에서 에너지를 얻는 게 신기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긴장감은 풀리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실적에 대한 압박은 있어도 한편으로는 이 험난한 출장의 여정을 나름 즐기기도 했다.






최근 구조조정으로 몇 직원들이 해고로 나가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내년도 예산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신제품에 계획은 없을 것이며 해외 출장도 없을 거라고 했다. 다른 회사들은 앞다퉈 신규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이러다 있는 제품도 못 파는 건 아닌가, 하는 막막함이 몰려왔다.


무엇보다 "영업"이 나에게 맞는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라는 질문에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해 방황 중이어서 고심은 깊어졌다.






새벽에 잠이 깨서 유튜브를 켰는데 알고리즘에 최인아책방에서 올린 영상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스페셜북토크]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 저자 야마구치 슈 (최인아 대표 강연)이었다.

이 책에 대한 강연을 저자가 아닌 최인아 대표가 한다고 해서 어떤 얘기를 하는 걸까, 궁금했다.

영상을 틀어놓고 눈을 감고 듣다가 귀를 쫑긋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남는 것도 결정이다"




당장 이 회사에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당장이라도 이직을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밀려왔었다. 그런데 강연에서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해볼 수 있는 일들을 해보며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도 어떤 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질문을 던지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된다고도 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이어서 갑자기 머릿속이 번뜩했다.






지금 당장 회사가 망한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내 일자리가 없어진 것도 아닌데 나는 나 자신을 코너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1년 후, 계속 이 회사에 일을 할지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가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계속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을 시도해 보자,라는 답이 나왔다.

당장의 이직만이 최고의 결정은 아닌 것 같았다.


회사가 아닌, 나 자신의 경험의 축적을 위해 일하자.


그러다 보면 또 다른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

확신은 없지만 계속 나아가보기로 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