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알수 없는 내일보다 훨씬 중요한것

도쿄 근교 시바마타에서 나홀로 산책

by 마리

일기예보를 보니 도쿄에는 내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다.


다행히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와서 옷걱정은 안 되었다. 한국에서 가을 재킷을 걸치고 왔고 들고 온 캐리온 가방에는 짧은 패딩잠바를 넣어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뭐 입고 나가지,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녀도 괜찮은,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해와서 안심이었다.



언젠가부터 도쿄에 갈 때마다 3박 4일의 일정에서 하루정도는 지하철로 2시간 내로 갈 수 있는 근교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요코하마, 가마쿠라, 가와고에를 나도 가보니 도시에서 벗어나는 근교여행이 여행 속 또 다른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도쿄에서 갈 수 있는 다른 곳이 더 있을까?


그러다 우연히 "시바마타"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시바마타? 시마바타?


발음도 왠지 헷갈리는 이 시바마타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남자는 괴로워"라는 일본 드라마의 한 촬영지였고 그래서 일본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특히 일본식 옛날 상점들이 많은 거리가 있다고 해서 그래 여기야! 하며 바로 구글맵으로 가는 방법을 검색했다.






비가 내려서 우산 쓰고 돌아다니는 게 망설여졌지만 비 오는 날 돌아보는 일본 옛 감성 마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날은 무조건 나를 낯설고 새로운 장소에 데려놓고 싶었다.



패딩잠바를 입고, 머플러를 목에 감싸고, 그리고 마스크를 끼고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따뜻하게 챙겨 입고 나와서인지 한 번 도안 가본 동네로 향하는 마음은 마냥 설레기만 했다.






시바마타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 찾은 곳은 길 양옆으로 일본식 옛 감성이 묻어나는 상점들이 길게 늘어선 곳이었다. 나무로 지어진 가게에서 일본과자, 떡 등을 수제로 만들어 팔고 있었다. 사람이 문 앞에 앉아 직접 반죽을 하고 모양을 내서 만드는 간식거리들이 왠지 정겨웠다.


이날, 비가 와서인지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한적했다. 천천히 가게들을 둘러보다 보니 꼭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번쩍번쩍하고 세련된 도쿄도 좋지만 옛 감성이 물씬한 올드한 동네에서의 산책도 참 좋았다.




길 끝까지 걷다 보니 어느 한 불교 사찰 앞에 도착했다.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돌아보고 있었다. 나처럼 혼자 우산을 쓰고 그곳을 돌아보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조용히 고즈넉한 이 분위기를 나 혼자만 느끼로 온 게 아니었구나.


낯선 곳에서 나처럼 혼자 온 여행객들을 볼 때마다 저 사람들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리고 휴가기간도 아닌데 어떻게 시간을 내서 온 걸까?


다들 뭐해먹고 사람들이지? 돈은 어떻게 버는 사람들일까?

나처럼 직장인인대 휴가를 잠깐 낸 걸까? 아니면 지금 잠깐 여행만 다니는 사람들일까?




항상 머릿속에 생계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다니는 직장인이어서인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이 날도 겉으로는 여유롭게 산책하듯 여행하는 듯했지만 마음속 한편으로는 이다음은 뭘까, 과연 지금 내 직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돌았다.


사실 그런 생각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떠난 여행이었지만 여행지에서 같은 질문을 계속 마주했다.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여행이나 하면서 지낼 때인가. 미뤄 둔주 식고 부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AI 관련 책을 한 장이라도 더 읽어봐야 하는 건 아닌지. 요즘 같은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어떤 조급함이 밀려왔다.





최근 회사에서 일이 너무 하기 싫었다. 출퇴근할 때마다 사람들에 치여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마다 숨이 조여 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출근을 하는 것조차 호사일까, 하는 마음도 동시에 존재했다.


그래서 휴가를 내고 도망치듯 도쿄로 떠나왔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자극에 나를

노출시키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왔는데

갑자기 이 근처에 일본식 정원이 있는 전통가옥 찻집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어머,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심각했는데 그런 생각 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구글맵을 켜고 정신없이 주소를 찾았다.


지금은 알 수 없는 내일보다 당장 닥친 문제를 찾아 나서는 게 훨씬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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