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학생과의 첫 수업을 위해 오전 일찍 일어났다. 아르헨티나와 한국과의 시차는 14시간이었다.
주말 내내 유튜브를 들락거리며 "온라인 화상 강의하는 법"을 찾아보았다. 유튜브에는 화상 강의와 관련된 영상이 굉장히 많았다. 처음에는 줌으로 강의하는 법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구글 미팅으로 강의하기"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초보자인 내가 따라 하기에 굉장히 쉬워 보였다. 수많은 영상 중 그 영상만 몇 번이나 돌려보며 강의를 준비했다. 역시 무언가를 알려줄 때는 시각적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편집하는 게 중요하구나. 영상을 보는 내내 이 영상을 만든 유튜버가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화상강의를 하는 데는 마이크와 웹캠도 필요했다. 작년에 화상면접을 보려고 5만 원이나 주고 산 웹캠이 있었다. 딱 한번 쓰고 더 이상 쓸 일이 없어져서 괜히 돈만 버린 것 같아 마음이 쓰렸는데 화상강의를 하려니 정말 필요한 게 바로 이 웹켐이었다. 화상강의를 위해 필요한 준비물은 다 준비되어 있었다. 왠지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기분이었다. PPT를 화면에 어떻게 보이게 하는지, 이 버튼 저 버튼을 눌러보며 열심히 수업 준비를 했다.
수업 시작 5분 전, 면접을 보는 것도 아닌데 긴장이 되었다. 정각이 되자 컴퓨터에 로그인을 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 학생은 어떤 사람일까? 드디어 화면이 켜졌는데 90도로 삐뚤어진 화면에 왠 어린 여자아이가 앉아있는 게 아닌가. 수업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의 딸인가? 혹시나 싶어 이름을 물어보니 수업을 신청한 학생이 맞았다. 나이를 물어보니 13살이었고 BTS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어린 친구가 한국어를 배우려고 수업을 신청하다니.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살짝 터졌다. 긴장이 좀 풀린 나는 인사말을 나누고 수업을 시작했다. 혹시라도 지루한 수업이 되지 않도록 질문도 던져가며 수업을 진행했다. 어린 나이에 비해 진지하게 수업을 따라와 주는 이 친구가 기특했다.
그렇게 40분 동안 "열렬히" 수업을 마친 뒤, 카메라를 껐다. 로그아웃을 하자마자 온몸에 힘이 빠졌다. 오랜만에 쉬지 않고 말을 했더니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이 친구가 과연 수업을 계속한다고 할까?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이 초조했다. 그리고 잠시 후, 메시지가 왔다. 수업이 좋았다면서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서둘러 미리 가입 해 둔 페이팔로 인보이스를 작성해 발송했다.
사실 첫 수업은 무료였다. 수업에 대한 문의가 왔을 때 강의를 먼저 들어보고 계속하고 싶으면 수업료를 내고 정식으로 신청하면 된다고 먼저 제안한 건 나였다. 첫 수업 전, 수업 일정과 수업료가 얼마인지도 미리 알려주었다. 나 역시 온라인 강의가 처음이라 금액을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지 몰랐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고 최소 금액으로 정했다. 무료로 수업을 진행해도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니 돈이 되던 안되던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수업 후 인보이스를 보내고 며칠이 지나도 아무 응답이 없었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다시 물어보니 결국 수업을 계속 못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알겠어~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멕시코에 산다는 한 친구 역시 한국어 수업을 하냐고 물어왔다. 이미 한번 클래스를 진행 해 본 나는 바로 다음 날 강의를 진행했다. 한번 수업을 해보니 걱정이 별로 안 되었다. 이번에는 이 친구가 먼저 첫 강의를 한번 들어보고 결정해도 되겠냐고 부탁을 해서 그러라고 했다. 이 친구 역시 수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인보이스를 보내자 갑자기 부모님이 멕시코에 지금 없고 결제를 해 줄지 안 해줄지 모른다며 발뺌을 했다. 이 친구의 나이는 17살이었다.
온라인 수업으로 수입을 창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핑크빛 꿈으로 물들어있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허탈했다.
강의하려고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고 며칠 동안 강의하는 법을 찾으며 익혔는데 뒤통수를 세게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 수업이 별로였나? 첫 수업이 무료라고 한건 나였지만 당연히 다음 수업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기대감으로 가득 찼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버렸다. 희망에 부풀었던 마음이 갑자기 바닥으로 쭉 미끄러졌버렸다. 내가 쏟은 시간과 정성에 비해 결과가 허망했다.
한국어 콘텐츠가 나와 과연 맞을까? 다른 콘텐츠를 찾아야 하나? 별의별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버렸고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다.
회사를 나온 지 곧 있으면 1년이 다되어 가는데 내가 지금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 과연 수입을 제대로 창출할 날이 올지 암담하기만 했다.
이런 마음을 혼자 붙잡고 낑낑대다가 가방을 메고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을 몇 바퀴 돌고 돌다 매대에서
"아이엠 미디어"라는 전 SBS 기자 하대석님이 쓰신 책을 보게 되었다.
"돈 없고 백 없는 1인들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문구에 이끌려 책장을 넘겨보았다. 책에는 왜 우리 모두가 1인 미디어가 되어야 하는지, 1인 미디어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고충, 1인 미디어로써의 마음가짐 등이 적혀있었다.
지금 어쩌면 1인 미디어라는 길에 발을 담기 시작한 나에게 필요한 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다 이런 내용을 발견했다.
"성공하면 조금 배우고, 실패하면 많이 배운다. 그게 다다"
"그러니까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P.148)
악플이 달린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어해야만 했을까?
"돈을 안 버는 나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내 안에 세팅되어 있었다.
수입을 빨리 창출해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심적 압박감이 점점 심해왔다.
마침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실패를 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나는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니. 이 문구에 이끌려 나는 그 책을 바로 사버렸다.
돈을 벌고 있던 아니던,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나는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는 그 말을 듣고 싶었었구나.
집으로 돌아와서 나에게 일어난 일을 다시 돌아보았다.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의 나이는 둘 다 13살에서 17살이었다. BTS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로 이어져 메시지를 슬쩍 보내보았는데 한국어 첫 수업을 무료로 해준다니 한번 들어볼까, 라는 마음으로 신청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린 친구들이 스스로 돈을 내가며 수업을 신청할 여력은 없었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지만. 어쩌면 나의 첫 온라인 강의가 정말 별로였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업에 진심과 열정을 담았었기에 후회는 없다.
첫 무료 수업이 당장 수업으로 이어지지 지는 않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게 더 많았다.
첫째,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둘째, 1인 미디어 초보인 내가 앞으로 어떻게 멘털을 관리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심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온라인 강의를 한 번이라도 해 보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미디어 세상에서 내가 환영을 받을 수도 거절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