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영상에서 말씀을 너무 잘하시는 것 같아요. 혹시 말하실 때의 팁이 따로 있으신가요?"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이 유튜브를 하고 계셨다. 꼭 대본을 읽는 것처럼 표정과 말투가 매끄러우셨다. 그런데 대본을 읽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분에게는 말하기 비법이 따로 있는 걸까? 너무 궁금했다.
그분이 운영하시는 카페에 들어가니 질문자 게시판이 있길래 말하기 팁이 따로 있는 건지 여쭤보았다.
며칠 후 내가 쓴 글에 댓글이 달렸다.
"스크립트를 준비해서 보면서 해요~"
아, 이분에게도 역시 계획이 다 있었구나.
이틀 내내 유튜브 편집을 했더니 온몸이 방전이 되어버렸다.
컷 편집을 하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마우스를 계속 클릭하다 보니 어느 순간 검지 손가락이 뻐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번 영상은 이전보다 좀 더 신경을 써서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동안 뭔가 쫓기는듯한 기분에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카메라를 급하게 켰었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내용으로 올릴지 미리 스토리를 구성하는 게 좋다고는 들었지만 왠지 그런 수고를 피하고 싶었다. 어차피 내 영상은 대본을 요구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카메라를 켜고 처음 몇 마디를 하고 나면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어버렸다. 무슨 말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지? 그렇게 한참 멍을 때리고 있다 보면 시간만 계속 흘러갔다. 그리고 계획했던 영상은 짧고 급하게 마무리되었다.
내 영상에는 기획도 계획도 다 없었다.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작가님이 영사에서 대본을 보며 말을 하고 계셨다니.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었다.
"대본을 써봐야겠다"
그렇게 오랜만에 노트를 펼쳤다.
한국어와 관련된 재미있는 소재가 없을까? 그러다 문득 몇 개월 전 독립출판으로 쓴 내 책을 소개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에 대한 영상이니 한글로 쓰인 이 책도 분명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이 책을 한국어와 공부와 어떻게 연결 지어 볼까? 그때부터 내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구성해 보기 시작했다. 인트로와, 본문, 클로징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다.
이 영상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
내가 독립출판으로 썼던 책의 제목은 "삑사리 순간들"이었다. (10권만 인쇄해서 세상에 나온 책이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가끔 목에서 삑사리 나는 순간들이 있다.
삑사리 순간들을 인생에 비유하면 힘들고 좌절했던 순간들이 아닐까? 하지만 돌아보면 그 순간들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 시간들 덕분에 어쩌면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도 있었고 더 나은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삑사리 순간들 덕분에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인생이 움직이게 되기도 했다.
"한국어를 배울 때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이 삑사리 순간들이다. 하지만 여기고 멈추지 말고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를 내 영상의 주제로 잡아보았다. 며칠 고민하며 대본도 써보았다. 그렇게 쓴 스크립트로 카메라 앞에서 커닝을 하며 녹화를 하니 이전보다는 빠른 속도로 녹화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정성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조회수는 굉장히 미미했다. 하루 종일 구독자수가 얼마나 변경되는지 체크를 해도 아무 변화가 없자 허탈감이 밀려왔다.
이틀 내내 아무것도 안 하고 편집에만 매달렸는데. 다시 컴퓨터 앞에 앉기가 너무 싫었다.
영상이 나랑 안 맞는 걸까? 이 생각 저 생각에 머리만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영상을 만든 나를, 영상 속의 내 모습을 외면하고만 싶었다.
초저녁에 일찍 자고 일어나 아침에 커피를 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내가 만든 영상에서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힘든 시간, 삑사리 순간들이 찾아와도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앞으로 나가자였는데 정작 이 영상을 만든 본인은 이렇게 헤매고만 있다니.
내가 썼던 책의 프롤로그를 다시 펼쳐보았다.
"음이탈이 날까 두려워서 노래방에 가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항상 주저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삑사리가 나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부르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문득 내 삶이 노래라면 방황하고 힘들었던 지난 모든 시간들이 삑사리 순간들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회수와 구독자를 체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채널의 방향성과 다음 영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닐까?하루 내내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결국 내린 결론이었다.
스토리를 구성하고 대본을 써보는 연습까지 해 보다니 정말 수고했어! 애써 나를 칭찬해 보기도 했다.
"내 삶에 삑사리가 나더라도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끝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다"
여전히 구독자수 체크하는 걸 그만둘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영상을 다시 찍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니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