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에 해본 글 응모
소식지가 발간되었을까?
시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태어나서 처음 들어가 보았다. 사이트에는 이미 2월호 소식지가 PDF 파일로 올라와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클릭을 해보았지만 내가 쓴 글은 없었다.
매월 초가 되면 내가 살고 있는 시에서 발행하는 소식지가 집으로 우편배달되어 왔다. 비닐을 벗긴 소식지는 거실에서 며칠 뒹굴다 분리수거할 때 없어지곤 했다. 핸드폰으로 최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요즘, 행정적인 부분이 많이 적힌 소식지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안 읽고 휴지통으로 바로 직행하는 소식지를 계속 받아도 되나...? 매번 소식지를 버릴 때마다 종이의 질이 너무 좋아서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거실 한구석에서 뒹굴고 있는 소식지를 치우려고 집어 들었다. 버리기 전에 페이지를 한번 훅 훑다가 맨 마지막 페이지의 응모란이 눈에 띄었다. 이번 호를 읽고 좋았던 부분에 대해 짧게 적어 보내주면 소정의 문화상품권을 준다고 했다.
나는 문화상품권이 탐이 났다.
어떻게 보내면 되나 하고 보니 엽서 모양으로 된 부분만 잘라서 우편으로 보내면 되는 거였다. 모든 걸 핸드폰 클릭으로 지원하고 신청하는 세상에 엽서를 보내야 한다니. 그래도 문화상품권을 받고 싶어서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시에서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어떤 행정 부분이 잘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간단히 몇 줄 써보았다.
그리고 엽서를 뜯어내려는데 "시민의 소중한 원고를 기다립니다"라는 작은 문구가 보였다. 옆에는 어떤 분이 새해 다짐을 일기처럼 쉽게 쓰신 글이 올라 와 있었다.
"아, 이런 글도 써서 보내도 되는구나. 나도 한번 지원해볼까...?"
원고 분량은 A4장 이내였고 이메일로 보내면 되는 거였다. 이 글의 당첨자에게도 문화상품권을 준다고 되어 있었다.
엽서를 보낸 후 항상 휴지통으로 직행했던 소식지를 책상 위로 고이 모셔왔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동네 뒷산을 오르며 느꼈던 점에 대해 써 내려갔다. 마침 시에서 둘레길 표지판을 새로 바꾼다고 하길래 그런 행정처리가 산을 오르는 시민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글을 쓰는 내내 이미 내 글은 당첨되어 소식지에 실려 있었다.
몇 주 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우스를 쭉 내려보았지만 내 글은 없었다.
그런데 채택되신 분의 글도 "산"에 관한 것이었다. 그 산은 동네 뒷산보다 훨씬 높고 유명한 산이었다. 산책보다는 전문적인 등산코스로 많이 알려진 곳이었다.
내가 쓴 글은 평범한 에세이였는데 채택된 분의 글은 근엄한 느낌이 가득한 "시조"였다.
실망을 하며 옆 페이지로 눈을 돌렸는데 우편으로 보낸 짧은 글 당첨자들이 이름이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게 적힌 내 이름을 발견했다. 원했던 문화상품권을 드디어 타게 되다니.
문화상품권을 타게 돼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쓴 글이 소식지에 실리지 않은 게 왠지 아쉬웠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도 글로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지금은 매번 쓰레기통으로 휙 던져졌던 그 소식지가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