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강의 일수도 있어, 라는 생각이 들어 그 강연을 덜컥 신청해버렸다.
강연은 내가 생각했던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책을 쓰신 작가님은 비행기를 타고 세계 각지를 방문하며 자신만의 철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셨다고 했다. 그들의 삶에 대한 마인드와 가치를 공유하셨다. 그리고 책을 펴내기까지 이 모든 것을 혼자 기획하셨다고 했다.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글로 옮긴 후, 편집부터 인쇄, 출판까지 혼자 다 하셨다고 했다.
"저게 가능해?" 나는 입을 쫙 벌리며 작가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강연을 다녀온 지 얼마 후, 그분께서 독립출판으로 책 쓰기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시길래 얼른 신청을 했다.
수업을 몇 번 듣다 보니 그 수업은 아무래도 미리 써놓은 글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수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발을 다친 후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써놓은 30여 개의 글이 있긴 했다. 어차피 시간도 많은데 계속 글을 계속 써볼까?라는 마음에 매일 아침 카페로 출근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종종 채용공고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다. 불안감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기도 했다. 그렇게 써낸 이력서 때문에 오랜만에 면접이 잡혔을 때, 글쓰기를 멈췄다. 그리고 며칠 동안 면접 준비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당연히 붙을 줄 알았던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자 어쩌면 나는 더 이상 고용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글을 써 내려갈 힘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이제는 글 쓰는 것을 멈추고 인디자인 툴에 자신의 글을 옮겨보세요"
책 출간회 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작가님이 샘플로 책을 뽑아 봐야 한다고 하셨다. 아무것도 못쓰고 있는데 인디자인 툴까지 익혀야 한다니.
책을 쓴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내가 이걸 왜 붙잡고 있지?
출간회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책은 나와야만 했다. 있는 글을 모아 목차를 만들고 책 제목을 지었다. 표지를 디자인하고 폰트를 어떻게 할지도 결정했다. 익숙하지 편집 툴 때문에 인내심이 바닥을 향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이 과정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출간회 당일, 정신없이 인쇄소로 달려가 10권의 책을 찾았다. 내 책을 읽을 누군가를 위해 포스트잇에 간단한 메모를 남겨 표지안에 살짝 붙여 넣었다. 서점에 책이 진열되자 내 책은 함께 수업을 들은 다른 분들에 비해 두께가 많이 얇았다. 좀 더 내용을 추가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지만 무언가를 해낸 것 같아 기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 시도한 책 쓰기는 회사를 떠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무언가를 해낸 나의 첫 도전이었다.
온몸으로 부딪히며 무언가를 "생산"해내기 위해 그때 "책 쓰기"를 시도해 보길 정말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