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

손녀와의 첫 만남

by 마리


그녀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보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특별한 게 뭘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왠지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그녀가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보내주고 싶었다.






그러는 와중에 손녀의 인스타그램에 또 다른 사진이 올라왔다.


"Spoiled by my family"


활짝 웃으며 소파에 앉아있는 손녀 옆에는 선물상자가 가득했다. 그날은 손녀의 생일이었고 가족들이 축하하러 와 줘서 기쁘다고 적혀있었다.


선물을 개봉한 사진에는 고양이 캐릭터 제품들로 가득했다. 고양이 티셔츠, 고양이 양말, 고양이 잠옷, 고양이 슬리퍼, 고양이 관련 책들. 얘가 고양이를 좋아했었나? 하고 사진을 넘기다 진짜 고양이 사진이 보였다.


"심바"


손녀는 집에서 진짜 고양이를 몇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다 검은색이었는데 심바만 털이 하얬다. 얼굴과 귀부분만 살짝 갈색이었다. 그제야 심바가 기억났다. 오랜만에 심바를 다시 만났다.








손녀는 오랫동안 ADHD 장애를 앓고 있었다.


ADHD (Attention Deficit Hyper Activity Disorder/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가 뭔지 손녀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게 뭔지 몰랐다. 손녀를 만나러 출발하기전에 그녀가 ADHD 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해주었다. 손녀를 처음 만났던 날은 이른 아침이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하는 손녀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저런 모습이 ADHD 라는거구나, 라고 속으로 짐작하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척 했다.



당시 나는 뉴욕에 혼자 있었다. 대학생이었고 곧 방학이 시작 될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그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방학기간에 펜실베이니아에 와서 그녀의 손녀를 돌봐주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을때,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말했던 건 손녀가 정말 베이비시터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뉴욕에 혼자 남겨질 내가 걱정되어서였다는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가방을 싸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러갔다. 그녀가 알려준 대로 필라델피아까지 도착하자 그녀의 남편이 날 픽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한 다음 날, 그녀가 손녀의 집에 날 데려다 주었다. 손녀의 엄마, 그녀의 딸이 아침에 출근을 하기 전에 도착해야 했다.


그녀의 큰딸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정신없이 사라져 버렸다. 집에는 그녀와 나, 손녀 이렇게 셋만 남았다.


그녀가 부엌 선반에서 안이 다 보이는 투명한 주황색 플라스틱 약통을 꺼내왔다. 아침을 먹고 손녀에게 이 약을 잊지 말고 꼭 먹여야 한다고 했다.



시리얼을 우유에 타 먹은 손녀에게 약을 건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쉴 새 없이 떠들어대던 손녀는 약을 먹고 얼마가 지나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같은 사람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



손녀는 고양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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