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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편 배송번호: No. ES326520

우체국에서 문자를 받았다

by 마리


"까똑"



일요일 오전이었다. 알림음이 울려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우체국에서 "알림 톡 도착"이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2021년 2월 6일 고객님의 EMS (ES326520 KR)가 수취인 부재 사유로 미배달, 수취인에게 우체국 방문 수령 통지 - 우체국"이라고 써진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일주일 전에 플로리다에 보낸 소포가 분명했다.












"수취인에게 우체국 방문 수령 통지"라는 게 문 앞에 쪽지를 남겼다는 건지, 전화를 해서 찾아가라고 통화를 했다는 건지 좀 헷갈렸다.


그녀가 잠시 외출을 하느라 집을 비운 사이에 소포가 도착한 것 같았다.


만약 집으로 돌아온다면 쪽지를 발견할 테고 전화로 안내를 받았다면 바로 우체국으로 가서 소포를 찾지 않을까?







Fort Myers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산책을 하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느라 발바닥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다 문 앞에 붙여있는 쪽지를 발견할 것 같았다.



지금쯤이면 소포를 받지 않았을까? 만약 받았다면 나에게 잘 받았다고 이메일로 연락을 해줄게 분명했다. 내가 보낸 소포를 마음에 들어할지 궁금했다.


다음 날, 당연히 그녀가 소포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메일함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으로 온 이메일은 없었다.







고민 끝에 내가 그녀와 그녀의 남편에게 보낸 선물은 "수제 도장"이었다.


한국적이고 기억에 남을 만한 무언가를 보내주고 싶었다. 마트를 돌며 조리제품과 간식거리를 샀지만 그 뭔가를 아직도 찾지 못해 답답했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외국인 선물 추천, 외국인 친구 선물 추천 리스트"를 검색하니 한국 화장품, 전통주, 홍삼 등 다양한 추천 검색어들이 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피부 타입도 몰랐고, 술과는 전혀 거리가 먼 분들이었다. 홍삼을 보내도 과연 드실까? 확신이 안 들었다.


며칠 검색만 하고 결정을 못하던 어느 날, 누가 "수제 도장"을 추천한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이분이 아는 미국인 선생님에게 이름을 새겨서 보내드렸더니 매우 좋아했다고 했다.


수제 도장을 검색하니 다양한 사이트들이 나왔다. 이름을 입력하면 그대로 도장을 파서 집으로 배송해주는 곳이 많았다. 수제 도장을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디자인과 모양이 고민돼서 또 며칠 검색에만 매달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도장과 도장을 담는 케이스에도 이름을 새겨 준다는 곳을 발견했다. 세련된 가죽케이스가 맘에 들어서 결국 주문창에 두 분의 이름을 입력하고 결제창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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