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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읽음"

대답은 성의 있게

by 마리


소포를 받았다는 연락이 없자 슬슬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소포를 수령했다면 분명 우체국에서 다시 알람을 줬을 텐데 아무래도 그녀는 소포가 도착한 지 아직 모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마음에 데이지에게 DM을 보냈다.


플로리다로 소포를 보냈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우체국에서 보관 중이니 그녀에게 빨리 찾으러가 봐달라는 연락을 부탁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데이지에게서는 답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했다. 내가 보낸 메시지 옆에 "읽음"이라는 표시가 떠 있었지만 역시나 답장은 없었다.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DM으로 그녀가 아직도 플로리다에 있는 게 맞는지 다시 물어봤다.






몇 시간 후, 데이지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데이지는 그녀가 지금 펜실베이니아에 와 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플로리다에는 가지 않을 예정이라는 아주 짧은 대답이었다. 소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데이지 생일날 올라온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녀가 아직도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건지 확실치 않아서 일부러 주소를 물어봤던 거였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니 황당했다.


소포 때문에 며칠 째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데이지의 단답형 대답이 무성의하게만 느껴졌다.






내가 주소를 물어봤다면 그런 상황을 미리 말해줘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아니지, 데이지는 내가 한국에서 소포를 보내려고 했는지 몰랐으니 단순히 주소만 전달했던 거 였을도 있다.


하지만 나였다면, 오랜만에 해외에서 누군가가 주소를 물어봤다면, 적어도 그렇게 대답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데이지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한숨만 나왔다.


고양이 캐릭터 선물을 보낸 게 후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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