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녀에게 직접 연락을 하기로 했다. 이 상황을 처리하는데 그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사실, 그녀에게 내가 직접 연락하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다. 갑자기 소포를 보낸다고 뜬금없이 연락을 하는 게 좀 그랬고 무엇보다 나의 근황을 알려야 하는 게 부담이 되었다.
언젠가 한번 그녀에게 연락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태까지 미루고만 있었다.
이번에 소포를 보내면서, 감사의 마음은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가 좋아할 것 같은 연분홍색 카드를 사서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짧게 적었다. 소포와 카드를 통해 비대면으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피하고 싶은 상황은 결국 오고야 말았다. 플로리다로 날아간 소포 때문에 결국 그녀에게 직접 연락을 해야 했다.
그녀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자 메일함에 그동안 서로 주고받았던 메일들이 검색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일에 그녀는 답을 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미국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겠지, 이제 한국으로 돌아온 나를 그녀가 더 이상 걱정해 주고 케어해 줄 이유는 없었다. 이제는 나도 다 큰 어른이었다. 그래서 나도 더 이상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그랬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답장을 하지 않은 건 나였다. 2017년 3월, 그녀로부터 장문의 메일이 와 있었다. 그 이후에 내가 그녀에게 답장을 한 흔적은 없었다.
그녀의 메일에 답을 하지 않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2017년 3월, 나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나 생각해보니 아마도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 적응하느라 힘들 때였던 것 같다. 그때의 내 근황을, 내 마음 상태를 미국에까지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녀에게 메일을 써야 하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나의 근황을 알려야 하는 게 여전히 망설여졌다. 회사를 나왔다고 알린다 해도 그녀가 나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자꾸 신경 쓰였다.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지 않은 것 같아서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결국, 플로리다로 간 소포에 대해 혹시 우체국에서 연락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만 묻고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는, 카드에 썼던 비슷한 내용으로 메일을 마무리했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 메일의 제목을 뭐라고 해야 될지 고민되었다. "Lost Package"라고 적어야 하나? 아니면 느낌표를 많이 넣은 "Hello!!!"?
그녀가 메일함을 열었을 때 어떤 제목을 보면 반가워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Hi from Korea"라고 적어 보았다. 느낌이 왠지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