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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나미 Feb 01. 2017

친구를 삽니다

나도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외롭게 지낸 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하는 인간관계에 지쳐 수차례 나가떨어진 사람은 바로 나였다.

항상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고, 군중 속에 있을 때 리더가 되지 않아도 둥지 속 소속감 하나로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이젠 주변에 사람이 없다. 그저 묵묵히 내 이야기를 다 받아주기만 하는 남편만 있을 뿐. 

아마 많은 여자들이 그럴 것이다.

이성 친구와 동성 친구 간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따로 있다.

또, 시시콜콜한 내용을 말해도 공감해주며

함께 웃고 눈물을 흘려주는 그런 동성 친구가 있으면 전혀 외롭지 않다.

심지어 나는 주변 사람의 말을 듣는 편에 속할 정도로 말을 많이 안 하는 편이었는데도,

주변에 그런 동성 친구 하나 없는 사실이 내 목을 바짝바짝 마르게 한다.



해외에 나온 신혼부부의 장점이자 단점이 주변에 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 둘이기 때문에 세세하게 챙겨주고 오롯이 둘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지만 

반면에 둘 뿐이기 때문에 외로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작년 연말에는 함께 수다 떨 친구가 없고, 지금처럼 매일매일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내년에도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실에 너무 답답했다.

별로 돈은 되지 않지만 내 시간을 쓴다는 것에 의미를 둔 한국어 과외도, 영어 과외도 집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말 그대로 집순이가 돼버렸다.

  


그래서 더욱 친구가 필요했다.

연말에 남편에게 친구를 사달라고 떼를 썼다.

서로 맛있는 것도 먹고 이야기도 함께 하는 친구를 사달라고.


한국과 시차 15시간. 밤낮을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얼굴을 보면서 친구와 말을 섞고 싶었다.

하다못해 오늘 무슨 꿈을 꾸고, 어디 식당을 갔는데 서버가 어땠으며, 아는 친구가, 남편이 등등 

정말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를 하고 싶었다. 

때로는 너무 말해서 목이 한 번 쉬어봤으면 했다.

나의 성대가 살아있는지, 요 근래 제 기능을 잃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내가 선택해서 한국을 떠났고, 소속감을 잃었다.

그리고 불안해졌다.

간혹 남편 회사 동료들 (비록 나보다도 어린 여자들이지만)과 함께 식사자리를 하면 

다들 하는 회사 얘기에 잘 모르지만 "그랬어?", "그랬구나" 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으면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와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회사에 잘 적응해서 나가고 월급도 꼬박꼬박 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서 도태된 듯한 느낌이 물씬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여기서 이들에게 전혀 모르는 사람들, ㅇㅇ부서 부장님, 출장자들의 인성이 어떠한지 들어야 하는 가.

이런 온갖 상념이 들면서 

그와 동시에 부러웠다.


저들은 회사에 소속되어 뭉쳐있구나.

나와 같은 시간을 쓰지만 다른 세상에 있구나.

서로에게 친구가 있구나.





약 10시간. 남편이 출근하고 없는 시간. 

이 시간을 버티기 위해 시작한 한국어 공부는 1년째가 되자 슬슬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자기계발 관련 독서를 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려 하지만 그때뿐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무엇인가 몰입이 필요한 시간.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이 나의 외로움을 채워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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