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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바다거북 Apr 24. 2016

아쉬울 때만 찾는 우리 사이

오래 묵은 우정에 대하여

저 힘들 때만 연락하는 친구가 괘씸하고 얄밉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때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한 때 우리는 가족이나 연인보다 더 가까웠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삶을 감당하느라 이제 전과 같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사이야 말로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필요하고 아쉬울 때만 찾는 친구지간인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의 행복에 내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해도.

네게 연락이 없을 땐, 네가 그 어딘가에서 행복하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벌써 마음이 든든해진다.


언젠가 네가 힘들어질 때, 그제야 나를 찾는다면 그 또한 감사하겠다. 

네가 힘들 때 생각하는 사람이 나인 것도, 네가 힘들 때 내가 있어줄 수 있는 것도 참 다행인 일이다.

서로의 행복에 취해 자연스럽게 침묵하게 된 공백기도 우리의 신뢰에 금 가지 못하게 했다니 얼마나 안심되고 좋은 일이니.


우리가 아직 힘들 때에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내겐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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