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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바다거북 Apr 24. 2016

햇살 좋은 날에

봄, 봄.

마침내 이 눈부신 계절이 왔다.


이렇게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민낯으로 돌아다니다간 봄볕에 까맣게 그을리게 될 것이라고 속으로 걱정하면서도, 홀린 듯 반짝이는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올려 묶으니 목덜미로 내려쬐는 빛줄기가 느껴졌다. 그 따뜻함이 좋아서 내내 웃었다.


시내가 흐르고, 물소리가 졸졸졸 들렸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결에 어린잎들이 하늘거렸다.

눈에 익은 앙상하고 메마른 풍경이 어느새 연둣빛으로 채워져 있는 경험은 매년 새삼스럽고 또 새삼스럽다.


평온한 주말의 풍경이었다. 

손을 잡고 거니는 연인, 유모차를 끌다 멈춰 선 아기 아빠,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

할아버지는 징검다리 한 가운데 쪼그리고 앉아 나뭇가지와 비닐봉투로 물고기를 잡는 것 같았고,

그 곁으로 조잘대며 뛰어가는 아이, 아이와 같은 색 옷을 입고 뒤따라 걷는 아버지, 그늘막에 쉬는 아저씨

소녀가 냇가로 폴짝폴짝 뛰어와 외쳤다. '할아버지이 ~ 잡았어?'  한 무리의 새 떼가 낮게 날아올랐다.


나는 할 일도 잊고서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마냥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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