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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바다거북 Aug 05. 2016

사랑

단 한 방울도 헛되이 사라지지 않을,

이제 곧 십년. 죽 아이들이 자라는 걸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훌쩍 청년으로 자랐고, 그 자리는 다른 어린 아이들이 메운다.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한, 아이들은 절대로 잘못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아이가 학습을 포기하고 성적이 엉망이라고 해서, 장난이라 치부하기 어려운 사고를 매일 친다고 해서,
자라나는 환경이 너무 어렵고 불우하다고 해서, 혹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라고 해서, 분노를 쉽게 터뜨린다고 해서 너무 절망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많은 경우에 시간만이 좋은 처방이라는 것을,

오직 사랑함으로 기다려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생명이 태어나 하나의 성숙한 인격으로 자라기까지 인생들은 얼마나 많은 헌신적인 사랑을 필요로 한단 말이던가. 그런데 태생적으로 선물과 축복을 잘 받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작은 호의도 큰 감사로 받아 눈부신 사람이 된다. 그러나 누군가는 사랑을 쏟아부을 수록 도리어 청개구리처럼 튕겨져 나가고 만다. 사랑받기를 거절하며 본능처럼 스스로의 삶을 불행으로 몰아가 마침내 시궁창으로 처박는 인생이 있다.

이런 인생에게 사랑을 붓는다는 건 얼마나 기운 빠지고 낙담이 되는 일인지.


그러나 한번 심은 사랑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마치 모래밭에 부은 물처럼 사라져 버린 것 같아 보일지라도,

때가 되면 그것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타오른다.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나 역시도 그런 미련한 인생을 사는 편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 주면 도리어 냉담하게 쏟아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밑빠진 독에 물을 부을 생각을 했던 사람이 내 인생에 있었고, 

그래서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분명하게 증언할 수 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고 난 다음에 다 쏟아버리고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사랑받은 따뜻한 기억들이 불현듯 조용히 발화되기 시작했다.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더욱 더 타올라 삶을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근원이 된다. 

그래서 오직 사랑을 나누는 것만이 일생에 의미있는 일임을 나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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