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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바다거북 Apr 24. 2017

시간의 점

여행의 이유

워즈워스는 자연 속의 어떤 장면들은 우리와 함께 평생 지속되며, 그 장면이 우리의 의식을 찾아올 때마다 현재의 어려움과 반대되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 속의 이러한 경험을 "시간의 점"이라고 불렀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떠나기 전의 설렘, 길 위에서의 여유, 그런 것도 모두 여행의 매력이지마는, 

머릿속에 사진처럼 찍히는 어떤 순간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지치고 버거우면 생각한다.


새벽녘의 고즈넉한 해변과

붉은 태양을 거울처럼 비추던 갈대늪과

오후 햇살이 반짝이던 바다와

붉게 물든 채 사방을 둘러쌌던 바다와

머리 위로 새까만 우물 같았던 하늘과 그 안의 총총한 별과

보석처럼 반짝이던 바닷길의 조막돌과

깊고 깊은 푸른빛의 바다와

올드팝이 흘러나오던 통나무집과

해 질 녘 호숫가에 드리운 사람들의 로맨틱한 그림자와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던 숲 속 마을들과

 바다 위 병풍처럼 끝없이 펼쳐진 바위 산들과

 오롯이 야생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계곡과 폭포수

흔들리는 차 안에서 끝없이 이어졌던 대화와

영영 잊을 수도 형언할 수도 없을 붉고 광활한 협곡과 

기꺼이 손을 잡아끌어주던 낯선이와

비에 젖은 나무 냄새 사이로 공간을 가득 메운 오르간 소리와

한없이 눈물을 쏟았던 검은 돔과

음악과 불빛으로 온통 일렁이던 광장

빼곡히 내려다 보이던 붉은 지붕과

다른 시간으로 들어온 듯 고요했던 골목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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