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고작 날씨가 사람을 이렇게 기쁘게 한다.
꽃망울이 터지면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무언가가 퐁 터지나 보다.
매년 봄, 이 눈부신 날들이 너무나 아까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때가 있었다.
돌아온 봄은 여전히 눈이 부시다.
이제는 이 예쁜 날들이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다음에도, 내가 사는 날 동안 계속되리라는 것을 안다.
다만 오늘의 축복을 누리면 되는 것이다.
행복의 한가운데서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청춘을 소진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은 손가락 사이로 다 흘러나가고 마는 물처럼, 늘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엔 내 손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까봐 얼마나 불안하던지, 조급하던지, 억울하던지.
그러나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은 청춘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연륜을 쌓는 것이었다.
웅켜쥐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 퇴적되는 것이 있었다. 애를 쓸 필요는 없었다.
매년 돌아오는 봄처럼, 눈부신 순간들은 살아있는 한 새롭게 반복될 것이다.
오늘은 오늘의 봄을 누릴 수 있는 만큼만 누리면 된다.
내일도 있고 내년도 있으니까, 그렇게 온전한 무언가를 손에 쥐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