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바다거북 May 11. 2018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에 눈을 두는 사람들

the unreachable star

예전에 기획팀에서 일할 때 내가 참 좋아했던 우리 부장님이 말씀하시기를, 

기획가는 현실의 땅에 발을 딛고서 이상을 향해 눈을 두는 사람들이라고 했었다.

발을 딛고 있는 곳과 눈을 두고 있는 곳. 두 곳의 간극을 메워가야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둘 중 어느 하나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법 공부를 시작하면서 주변사람들이 종종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것이 있는데, 공부를 하다보면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에 너무 매몰되는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람들 생각에 법률가란 경기장의 심판처럼 금을 밟았는지 아닌지, 그래서 아웃인지 아닌지를 판정해주는 사람같은 이미지인가 보다. 나 역시도 로스쿨에 들어오기 전엔 그런 막연한 편견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법을 배우고 적용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재단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지극히 속물적인 현실의 문제 앞에서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선택해 가는 과정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공부하다보면 예전에 우리 부장님이 해주셨던 저 말씀이 종종 생각난다.

나는 온통 아귀다툼으로 아수라장인 세상 속에서 현실을 외면치 않으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장 현실과 가까운 곳에서 꿈을 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의 노고를 행간에서 발견할 수 있을 때, 행복한 것 같다. 

법률가로서의 삶을 선택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바다 같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